“컵-프라 쿤 크랍(감사합니다).”
한 청년이 로비로 들어온다. 녹색 유니폼을 입고 한 손에는 봉지를 들고 있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번진다. `라인맨` 나롱릿(26)씨는 일주일 전부터 일을 시작했다. 라인이 태국에서 24시간 심부름 서비스 라인맨을 시작한 때부터다.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각에도 일을 하는 이유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다. 라인맨이 되기 전 오토바이 라이더였다.
라인맨은 태국 전용 서비스다. 태국서 사귄 현지 친구를 졸라 앱을 깔고 실행해봤다. 반쯤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상품 종류, 내 위치, 구매를 원하는 상점 위치를 입력하면 주변 라인맨에게 연결된다. 간단한 서비스다. 하지만 청년 나롱릿에게는 생계가 달렸다. 예상시간보다 늦어 미안해하는 얼굴에 두 손을 모아 화답했다.
라인이 가져온 변화는 방콕 시내 쇼핑 중심가 시암센터에서도 느껴졌다. 소상공인 대상 서비스 `라인앳`을 활용한 상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이스크림 가게, 음식점, 카페 등 다양한 소상공인이 이용한다. 카페 `커피숍 파라곤`도 마찬가지다. 방문한 고객이 사진을 찍어 라인앳 계정으로 보내주면 추첨을 통해 음료를 20%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커피숍 파라곤 사장은 “5~6개월 정도 프로모션을 시작하고 368명이 사진을 보내왔다”며 “정확한 수치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매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시암센터 맞은편 시암스퀘어는 젊은이가 많이 찾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라인 빌리지` 공사가 한창이다. 라인 캐릭터 `라인프렌즈`를 테마로 한 공간이다. 외관은 빨간 바탕에 다채로운 라인 캐릭터를 새겼다. 라인 빌리지는 150평 이상 세 층으로 구성한다. 총 면적은 500평이다. 1층은 캐릭터 숍이며 2층에서는 음료 등을 제공한다. 3층은 터치스크린으로 체험하는 디지털 테마파크를 구현하는 게 목표다. 라인 빌리지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등 랜드마크로 활용한다. 맞은 편 헬로키티 매장이 눈길을 끈다.
라인 관계자는 “지상철 BTS는 태국인이 많이 쓰는 교통수단으로 라인 빌리지가 연결돼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제품 구입뿐만 아니라 실제 체험하는 공간이 생겨 라인이 태국인 생활 속 깊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태국 라인은 일본과 다르다. 대만과도 다르다. 오로지 태국만의 것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본 라인 캐릭터가 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귀여운 곰 캐릭터 `브라운`이 태국에 가면 머리에 띠를 두르고 `니킥`을 하는 무에타이 전사가 된다. 코니는 무희가 돼 황금 옷을 입고 춤을 춘다.
라인이 태국에서 거둔 성과는 숫자로 제시된다. 이용자가 3300만명이다.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80%가 넘는 수치다. 전체 인구 중 절반에 이른다. 하지만 숫자 뒤에는 더욱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아이, 고단한 청년, 카페 사장 등 모두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간다. 태국 `국민 메신저`는 1막에 지나지 않는다. 콘텐츠, 기업,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를 연결하는 종합 생활 플랫폼이 목표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