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될성부른 떡잎, 세라믹 3D프린팅 기술

정봉용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세라믹 PD
정봉용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세라믹 PD

세라믹(Ceramics)은 `불에 구워 만든 흙`이란 뜻이다. 비금속 무기물에 열을 가해 만든 제품을 통칭한다. 금속, 화학, 섬유와 더불어 4대 소재의 하나인 세라믹은 구석기 시대부터 인류와 함께 문명을 꽃피우며 부단히 발전해 온 핵심 소재다.

믿기 어렵겠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의 70%, 이차전지의 90% 이상이 세라믹 소재 부품이다.

요즘엔 세라믹 3D프린팅 기술이 핫 이슈다. 3D프린팅 기술은 3차원 형상을 컴퓨터 모델링 작업을 거쳐 2차원 평면으로 미분해 적절한 소재를 3D 프린터로 평면에 프린트하고, 이것을 층 쌓기(layer-by-layer) 방식으로 계속 쌓아 올려서 3차원 제품을 제작하는 기술을 뜻한다.

여기에 과연 세라믹 소재를 적용시킬 수 있을까. 이것이 가능하다면 세라믹의 복잡한 성형 및 가공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음은 물론 3차원의 복잡한 형상을 정밀하게 구현, 현재 세라믹 제조 공정의 한계점을 해결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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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라믹 3D프린팅 기술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프린팅 후 반드시 탈지와 소결 등 후처리 공정이 필요하지만 이때 구조체의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라믹 3D프린팅용 소재와 시스템 및 공정은 한꺼번에 묶어서 판매된다. 이는 장비 제조사가 세라믹 원료 소재 판매로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모토가 창조경제다. 선도자(first mover)라는 의미와 닿아 있다. 선도자가 되기 위해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분야가 세라믹 3D프린팅 산업이다.

세라믹 3D프린팅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연구개발(R&D) 초기 단계다. 추격자(follower)가 아닌 선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문제는 원천기술 확보 및 세계 시장 선점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세라믹 3D프린팅 관련 정부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2014년 12월에 완성된 3D프린팅 전략기술 로드맵의 소재 분야에 세라믹 3D프린팅 재료가 포함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로드맵은 2017년까지 기반기술, 2020년까지 상업화 기술을 확보하고 2024년까지 세계 선도기술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기반으로 세라믹 3D프린팅 기술 개발, 전문가 양성, 관련 산업 육성 프로그램 마련 등 정부의 적극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세라믹 3D프린팅 분야만큼은 묵묵히 수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싹을 틔워 낸 떡잎에 단비가 절실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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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문제부터 빠르고 확실하게 풀자. 세라믹 3D프린팅은 본질상 탈지나 소결 등 후공정이 필요하다. 이때 발생되는 3차원적 수축의 정밀한 계산과 결함 방지를 위한 소재별 맞춤형 공정 등 극복해야 할 기술 장벽이 있다.

기술 장벽이 적은 의료 분야, 즉 `개인 맞춤형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의료·바이오 분야에 우선 적용하는 전략 접근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대학, 연구소, 민간, 공공기관 할 것 없이 3D프린팅 관련 센터와 교육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정작 세라믹 소재 기반의 3D프린팅에 한해서는 전문가도 전문연구센터도 없다. 정부 R&D 또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선수들이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다. 세라믹 3D프린팅 분야만큼은 우리나라도 그들과 같은 출발선상에서 겨뤄 볼 수 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세라믹 3D프린팅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의 선택과 집중이 절실한 이유다.

정봉용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세라믹 PD jby67@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