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앙처리장치(CPU)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성능, 가격 등에서 단점도 있지만 호평이 많아 앞으로 해외 CPU의 대항마로 떠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선통신기술 전문 업체 빌리브마이크론은 특허청 지원으로 KAIST, 다이나릿시스템 등이 공동 개발한 코어A CPU 코어로 디지털 무전기용 무선통신·신호처리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무전기는 주파수가 아니라 네트워크를 활용, 음성이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제품이다. 빌리브마이크론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코어A를 디지털무전기용 SoC의 CPU 코어로 선택했다.
막상 칩을 설계해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ARM이나 밉스(MIPS) 코어와 비교하면 성능에선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그러나 메모리를 과도하게 쓰는 문제가 발견됐다.
엄재홍 빌리브마이크론 대표는 “상용 제품에 비해 컴파일러가 최적화되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 “아직 많은 기업이 코어A를 쓰지 않아서인지 여러 면에서 최적화가 덜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엠씨에스로직은 에이디칩스의 32비트 엠코어(emCORE) CPU 코어인 엠프레스로 고음질 무선 스피커용 오디오 SoC 시제품까지 제작했다. 엠씨에스로직 역시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에이디칩스 엠코어를 올린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테스트 보드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테스트를 해 보니 소리가 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동등한 클록 ARM 코어로는 소리가 잘 나온 터였다. 이 문제를 잡기 위해 엠씨에스로직 개발팀과 에이디칩스는 진땀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찬식 엠씨에스로직 연구소장(상무)은 “ARM 코어 300㎒와 에이디칩스 엠코어 600㎒가 동등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명령어 구조가 아직은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문제점이 도출되긴 했지만 호평도 많았다. 일단 ARM 코어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이 팹리스 업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평가다. 밀착 지원 역시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ARM 코어는 사양이 고정돼 있어 바꿀 수가 없다”면서 “기술 지원도 받기 힘든 구조지만 한국형 CPU 코어의 경우 전화하면 바로 달려와 문제점을 잡아 주기 때문에 원하는 칩 만들기가 용이하다”고 평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알덴바란 코어로 이동로봇 플랫폼용 제어 SoC를 개발하고 있는 언멘드솔루션의 우훈제 연구소장도 “칩 설계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ETRI 지원으로 개발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희 에이디칩스 부사장은 “ARM의 경우 RTL(Register Transfer Level, 디지털 반도체 설계의 첫 단계. 일종의 소스코드)까지 제공받아 코어를 재설계하려면 엄청난 비용을 내야 한다”면서 “그러나 엠코어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명령어의 추가나 수정이 가능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애플과 퀄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등은 ARM으로부터 CPU 코어 RTL을 제공받아 독자 코어로 재설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경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 CPU 코어를 제공하는 기업과 기관은 RTL까지 모두 제공, 가격 경쟁력이 높고 고객사의 맞춤형 칩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국가 지능형반도체추진단장)는 “실제로 한국형 CPU 코어 사용 고객사로부터 쓴소리를 자꾸 들어야 성능이 개선될 수 있다”면서 “기술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도출된 문제점 개선과 기술 발전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