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을 위한 동종·이종 업계의 협력이 확산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이 필수라는 점에서 ICT 기업과의 제휴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완벽한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서는 물론 우리 생활을 둘러싼 모든 기기·인프라와의 연결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가서비스 수준으로 치부돼 온 커넥티드카 기술과 서비스가 미래 자동차에서 핵심으로 급부상하면서 자동차 업체의 전략도 바뀌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고집해 온 현대자동차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비용 절감과 함께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 간 제휴·협력까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자동차·ICT 융합
자동차 업체들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ICT 기업과의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ICT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음에도 자동차업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ICT 기업과 손을 잡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 등이다.
자동차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연결해 실시간 도로 상황 체크는 물론 핵심 기능의 업데이트도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자동차 운전 정보나 운전 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도로 등 각종 인프라와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만큼 커넥티드카 구현은 필수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 회사 시스코와 손잡았다. 미래 커넥티드카의 기초 인프라라 할 수 있는 `차량 내부 데이터 송수신 제어를 위한 차량 내 초고속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현재와 달리 미래의 커넥티드카에서는 송수신 데이터양이 방대하게 증가하고, 데이터 실시간 전달도 필수다. 이를 위해 차량 내 초고속 연결망 구축이 필요하다. 두 회사는 공동으로 커넥티드카 모의 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 커넥티드카 기초 연구도 수행하기로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협업은 현대차가 주도하는 미래 커넥티드카 및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조기에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요타는 지난 4월 `토요타커넥티드`를 MS와 합작·설립키로 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것이다. 총 자본금은 550만달러다. 토요타가 95%, MS가 5% 각각 투자했다. 이 회사는 차량으로부터 수집한 운전자 정보 및 습관과 외부환경 분석을 통해 헬스케어, 보험, 주행정보 등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와 포털 네이버는 빅데이터 분석·활용을 위해 제휴했다. 두 회사는 고객이 그린카 차량 안에서 네이버가 제공하는 지도, 내비게이션, 뮤직, 검색, 뉴스 등 서비스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In-Vehicle Infortainment) 플랫폼 개발을 공동 진행한다. 이를 통해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의 대표 주자인 카셰어링 서비스를 한층 발전시킨 `커넥티드카셰어링`을 선보일 계획이다. 두 회사의 커넥티드카 차별화 포인트는 `카셰어링 이용자들의 빅데이터 활용`이다. 양사는 카셰어링 이용자 서비스 이용 행태, 운전 패턴, 검색 정보와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좀 더 정교한 고객 중심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운전 패턴에 최적화된 코스를 추천하고, 차량용 단말을 통해 간편하게 차량 진단을 할 수도 있다.
FCA는 이달 초 구글과 자율주행 기술을 위한 미니밴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구글은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토요타 차량을 직접 딜러에게 구매한 뒤 개조, 테스트했다. 자동차 업체와 설계 단계부터 공동 개발키로 한 것은 처음이다. 구글은 센서와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한 자율주행 기술을 FCA가 제공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100대를 통해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 말부터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다른 업체와의 협력도 상호 허용키로 해 주목받았다.
테슬라가 KT를 한국 진출 첫 파트너로 선택한 것도 OTA(Over The Air)와 같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위한 조치다. 테슬라 자동차는 탑승자가 이동통신망을 이용, 내비게이션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델 3는 물론 모델 S, 모델 X에도 KT 통신망을 통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이 LG전자와 손을 잡은 것은 자동차와 스마트 홈을 연결하기 위해서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와 협력하는 일도 많다. BMW는 중국 바이두와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경쟁자 간 협력도 기회가 된다
이종 업계뿐만 아니라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경쟁자와의 제휴와 협력도 불사하고 있다. 이종 분야 기술에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 수준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독일 완성차 3사인 다임러, BMW, 아우디는 올해 초 노키아의 자회사 `히어`를 25억유로(약 3조원)에 공동 인수했다. 지도 전문 업체인 히어를 이들이 인수한 이유는 자율주행자동차에서 고정밀 지도 기술이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분야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리눅스 기반의 차량용 IVI 플랫폼 개발 단체인 `지니비(Genivi)`의 이사회 회원으로 선출됐다. 지니비는 2011년 BMW 등이 주도해 결성된 단체이지만 재규어랜드로버, 르노닛산 등 경쟁 자동차 업체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현대자동차도 그동안 활동을 인정받아 이번에 이사회 회원이 됐다.
지난해 포드와 토요타도 IVI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토요타는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해 주는 포드 스마트디바이스링크(SDL)를 토요타 차량에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제도 도입을 위해 경쟁자들이 뭉쳤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완성차, IT 업체가 모여 협의체(The Self-Driving Coalition for Safer Streets)를 결성한 것이다. 구글, 차량 공유 업체 우버와 리프트, 완성차 업체 포드와 볼보가 참여했다. 이들은 미국 전역에 적용되는 자율주행차 관련 법규가 빨리 제정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자율주행차 운행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지로 제한돼 있다.
이용호 그린카 대표는 “커넥티드카 시대에는 제휴와 협력이 핵심”이라면서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통해 무인 서비스의 문제인 차량 진단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