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가 언제 나올지 소문이 무성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보고서 전달 시점뿐만 아니라 보고서에 담긴 내용까지 구체화해서 예견하는 등 호들갑을 떨다가 오보로 판명 난 해프닝도 있다.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가 여과 없이 쏟아지는 까닭은 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12조 7항에는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기간을 최장 12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몇몇 언론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M&A 심사를 신청한 12월 1일을 시작일로 계산하면 지난 3월 말 심사가 마무리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가 세간의 눈치를 보느라 늑장 심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편협한 시각이라는 게 법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통상 행정청의 심사 기간은 훈시(권고) 규정으로 보는 것이어서 강제 조항이 아니다. 120일 심사 기간을 공정위가 반드시 맞춰야 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행정절차법 시행령 11조에서는 자료보완, 의견청취, 기타 특별한 추가 절차를 거치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을 심사 기간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심사기간을 재량에 따라 탄력 운영도 가능하다. 사실상 정해진 기한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의 경우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예년보다 수개월 늦은 3월에 발표, 데이터 반영에 드는 자료보정 기간도 감안해야 한다. 굳이 자료보정 기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공정위 심사가 120일을 넘긴 것을 이례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에서는 에실로의 대명광학 인수 심사가 1년을 넘겼으며, 롯데쇼핑의 CS유통 인수도 7개월이 걸렸다. 해외의 경우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케이블은 합병 철회까지 14개월이 걸렸으며, 미국 법무부와 경쟁위원회(FTC)가 지난해 결론을 낸 합병도 거래 발표로부터 정부 결정에까지 평균 10개월 이상 소요됐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통신과 방송 사업자 간 M&A를 시도한 적이 없어서 심사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는 데다 공정위가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M&A를 허용하면서 5대 3대 2 구조의 시장 고착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이 작용, 공정위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2006년에 공정위 자체 용역보고서에서 경쟁 저해성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기업결합을 허용했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면서 신세기통신 인수 허가의 경우 다분히 부정적 평가를 받는 대표 사례로 평가됐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KDI 역시 신세기통신의 인수 허용에 대해 시장 독과점이 심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한 만큼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이 심사의 경우 공정위가 과거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서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정부 심사기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최근 국회에서는 M&A가 방송법 개정의 빈틈을 타서 벌어진 일로 대기업의 방송 장악 가능성이나 통신 대기업의 독과점 강화 우려에 대한 종합 보완책을 강구하면서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M&A가 통신의 자본 권력이 들어와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통합방송법을 정비한 뒤 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요컨대 국내외 사례와 국회, 학계, 언론단체 의견을 종합 고려할 때 M&A 심사는 120일이라는 형식적 규정에 얽매여서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각계각층의 우려를 해소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꼼꼼하게 살펴본 뒤 심사보고서를 내놔도 결코 늦지 않다. 심사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합병이 철회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 때문에 합병 찬성론자가 공정위 심사를 재촉하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황동현 한성대 융합복합교양교육학부 wellness03@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