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상당수는 여전히 오픈이노베이션에 회의적이다.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기업이 상당수다. 오픈이노베이션이 뿌리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은 폐쇄형 조직문화다. 내부에서 개발되지 않은 외부 기술이나 아이디어 활용을 가치 여부를 떠나 내부로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 짙다. 내부 핵심기술의 유출 우려가 크고, 외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성공리에 활용되면 내부 조직이나 인력·예산 축소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협력 대상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직적 하청 관계에 머물러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에서 원활히 조달해야 `오픈이노베이션`이 가능하고 또 성공할 수 있다. 이 기반이 마련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제휴해 자금 선순환을 촉진할 수 있고, 창업생태계도 활성화돼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하청 관계에서는 수평적 오픈이노베이션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상하관계가 뚜렷한 조직 문화와 변화를 싫어하는 사고방식, 강력한 오너십을 통한 경영 형태 등은 오픈이노베이션에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와 더불어 회사 정보의 한정 공개 등 상호 수평적이지 못한 의사소통 역시 문제가 된다. 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을 꾸준히 시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체 예산이나 R&D 투자액 가운데 일정 비율을 오픈이노베이션 전용 펀드로 설정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해서 씨를 뿌리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이 조직문화, 자금, 언어 등 오픈이노베이션 추진에 불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이 열악할수록 외부 파트너와 새로운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시도, 다양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것이 날로 격화돼 가는 글로벌 전쟁에서 이기는 비결이기도 하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