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현지시각) 애플이 아이폰SE를 선보이자 소비자와 해외 언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폰SE가 소비자를 끌어당기고 매혹할 만한 새로움이 없다는 평가였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기즈모도(Gizmodo)는 “애플은 새로운 4인치 아이폰을 발표하고 아이폰5S를 죽였다”면서 “재빠른 마케팅 전략이자 나쁜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결국 31일 아이폰SE가 정식 출시되자 전작보다 부진한 점유율을 보였다. 통계분석 업체인 로컬리틱스(Localytic)에 따르면 아이폰SE 출시 주말 점유율은 0.1%였다. 아이폰6 2.3%는 물론 아이폰6S와 6S플러스 1.3%에도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아이폰SE의 부진은 여전했다. 로컬리틱스가 지난달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 SE가 출시된 국가에서 평균 점유율이 0.55%로 여전히 부진했다. 그 가운데 점유율이 다소 높은 곳은 캐나다, 프랑스, 홍콩, 영국이었다. 모두 1%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은 평균보다 약간 낮은 0.4%를 기록했고, 중국은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0.2%에 그쳤다.
외신은 아이폰 부진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소비자가 아이폰SE를 기다렸다가 사는 최신형 제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하나다. 결국 아이폰SE는 기존에 쓰던 제품이 고장 나거나 분실했을 때 구입하는 대체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을 낮췄지만 여전히 저가형 안드로이드 모델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보급형 아이폰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디스플레이가 더 큰 아이폰6보다 비싸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폰SE의 가장 큰 취약점은 작은 크기의 디스플레이다. 아이폰SE가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 인도와 중국에서 팔리는 스마트폰 대부분은 5인치 이상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제품이다. 결국 4인치 아이폰SE 판매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 애플은 매번 새로운 아이폰을 출시하고 난 후 판매량을 지속 공개한다. 그러나 아이폰SE만은 예외다. 외신은 판매량이 생각보다 부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이폰SE는 애플의 실적 부진을 타개하는 제품이 아니라 부담만 지우는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