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술 탈취 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의 기술 탈취를 주장한 정보기술(IT)기업 대표가 불구속 기소되는가 하면, 공공기관의 기술 베끼기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핀테크기업 간 기술 도용 갈등이 늘고 있다.
우리은행과 IT기업의 검찰 고발사태는 지난 11일 표세진 비이소프트 대표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우리은행의 핀테크 기술 탈취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사기거래 예방 서비스 `사이버캅`도 기술 도용 의혹에 휩싸였다. 시장에서 제기한 스타트업 기술을 베꼈다는 의혹이 혹시라도 사실로 판명된다면 그 파장은 감당하기 어렵다.
핀테크와 보안 기술은 금융권에서 개인정보 유출 방지와 안전한 거래를 위한 대안으로 인식되며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핀테크 바람`이 불면서 금융권에 관련 기술과 서비스 경쟁도 달아올랐다. 금융권이 중소기업 핀테크 기술에 욕심을 갖게 만드는 상황이다. 하지만 돈을 주고 쓰면 될 중소기업 기술을 도용해 쓴다면 이는 범죄행위와 마찬가지다. 이웃집의 탐나는 물건을 훔친 것과 다름없다.
기술 탈취를 당한 핀테크 기업은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기술 탈취 사례처럼 공론화를 꺼린다. 핀테크·보안업체의 최대 고객은 금융기관이다. 금융기관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핀테크 서비스는 불가능해서다.
그 동안 을(乙)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기술탈취를 당해도 고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보복이 두렵고 3~4년이 걸리는 송사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설사 분쟁에서 이기더라도 회사는 만신창이 되기 일쑤다.
갑(甲)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이나 기관들은 기술 탈취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연구개발(R&D)을 하느니 돈을 주지않고 기술을 가져오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팽배하면 기술탈취 범죄는 수그러들기 어렵다.
정부는 을이 갑의 횡포에 맞서 권익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4월 발표한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에 허점이 없는지 다시 살펴보고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기술 탈취를 당한 기업은 경영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