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4시부터 28일 오후 8시까지 52시간 동안 대구시의 시내버스 정류장마다 설치된 버스운행정보안내기의 먹통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버스운행정보안내기는 시내버스 도착 예정 정보를 버스 승객들에게 알려 주는 단말기다. 대구시 전역을 운행하는 1500여대의 시내버스 운행 정보를 문자로 알려 준다.
고장을 일으킨 버스운행정보안내기의 메인 시스템인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은 대구시가 입찰을 통해 지난 2006년에 도입했다.
지난 10년 동안 고장 없이 운영돼 온 때문인지 이번 사고의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대구시는 곧바로 전문가를 투입했다. 하지만 시스템 정상화까지는 사흘이나 걸렸다. 시스템 복구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몰랐기 때문이다.
현재 BMS는 정상으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작동을 멈춘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 시스템을 재부팅해 응급 복구만 해 놨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먹통이 될지 걱정스럽다.
대구시는 고장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BMS 관련 전산 서버를 아예 새것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지난 10일 장비 납품까지 받았다. 대구시의 행정은 신속했다. 혹시 모르니 장비를 바꿔서라도 해결하자는 심산이다.
그러나 새로운 장비로 교체하면 고장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대구시는 일단 장비 교체 공사를 보류했다. 그 사이에 장비업체의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여론이 악화되자 대구시는 부랴부랴 BMS 작동 중단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원인 규명과 함께 담당 공무원, BMS 업체 간 유착 여부 조사도 시작했다. 뒷북 행정의 전형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방지 및 점검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는 시민의 발이자 일상생활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