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세기에는 증기기관이 발명된 1차 산업혁명, 20세기 초에는 전력 보급과 컨베이어 벨트 발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 1970년대 이후에는 전자기기·인터넷·로봇 등의 발명으로 공장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혁명을 이뤄 낸 3차 산업혁명이 각각 진행됐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제조업에 융합시켜서 모든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IoT와 AI를 기반으로 사이버와 현실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더욱더 지능화된 사회로 변화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지 20여년, 스마트폰이 등장한지도 10여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 삶은 크게 바뀌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세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IoT 기술과 AI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산업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주요 국가는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제조업에 강한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첨단 제조업 강화 전략`과 함께 산업인터넷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도 `중국 제조 2025전략`과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제조업 혁신, 나아가 산업 생태계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핵심 기술인 IoT, 빅데이터 등 IC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소프트웨어(SW) 기술 개발과 교육에 대한 적극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최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는 AI 분야에 앞으로 5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는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에서 AI를 포함한 SW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기술은 통신, 센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다. 정보 수집과 저장, 알고리즘 등 연산이 반도체 칩에서 이뤄지고 디스플레이가 기기와 인간의 인터페이스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 디스플레이는 `세상을 보는 창`으로 각각 불리는 핵심 부품이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정부 연구비가 급감하고 있고, 연구 인력 부족과 척박한 연구 인프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우리 업체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이 분야의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은 민간에 맡겨도 된다고 정부는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이 정보기술(IT) 굴기(〃起)를 선언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 100조원이 넘는 투자를 하는 등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도 첨단 제조업 육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두 축인 SW와 하드웨어(HW)의 균형 잡힌 R&D 전략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SW와 회로 설계를 통합해서 이해하고 융합할 수 있는 창의형 인재가 필요하다.
또 다양한 융·복합 센서, 신경모방 소자와 회로, 웨어러블 스마트 디스플레이 등 혁신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주역인 창의형 인재 양성과 핵심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인프라 구축에 정부와 기업이 적극 힘써 주기를 희망한다.
이창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chlee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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