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글로벌 진출이 늘자 이와 관련한 기사가 많이 보인다. 저마다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언어 변환을 넘어 현지화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 번 옳은 말이다. 그런데도 뭔가 씁쓸할 느낌이 남는 것은 왜일까. 당연한 이야기를 10년 이상 반복했기 때문에 오는 허탈함과 피로감 때문일 것이다. 디테일이 없는 노하우 설파는 진탕에 빠진 수레가 헛바퀴를 굴리는 것과 같다.
게임 서비스 현지화, 특히 롤플레잉게임(RPG) 현지화는 PC 기반 온라인게임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한국이 가장 많은 경험을 가졌다. 산업 내에도 엄청난 노하우를 축적했다. 하지만 공유되는 지식수준은 매우 얕다.
불교를 상징하는 `만(卍)`자가 나치 하켄크로이츠를 연상케 하기 때문에 게임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은 롤플레잉게임(RPG) 기획자라면 상식이다.
해외 특히, 아랍권에서 여성 캐릭터 노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을 굳이 현지화 노하우라고 취급하면 안 된다. 오히려 이런 부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해외 서비스를 준비했다면 큰 실책이다.
필자가 보기에 게임업계는 각자 쌓은 노하우를 제대로 전수하지 못한다. 빈번한 세대교체와 지식공유 부재가 큰 원인이다.
2000년대를 지나며 대부분 게임사에서 많게는 다섯 번, 여섯 번 이상 글로벌사업·개발 담당자가 교체됐다. 과거 한국 온라인게임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고 사라졌다.
후임자는 전임자 지식을 전수 받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앉았다. 사정이 이러니 게임을 들고 해외에 나갈 때 전임자가 겪었던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한다. 언급하나마나 한 현지화 노하우 설파가 반복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0여년 전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를 일본에 서비스할 때 일이다. 현지 일본 사용자가 `리니지의 꽃`이라 불리는 공성전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개발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발자를 더 어처구니없게 한 것은 9개성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 대신 혈맹이 모여 사이좋게 그리고 공평하게 성을 분배한 일이었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왜 일본 이용자가 서로 싸우지 않고 성을 분배했는가. 아마 엔씨소프트는 이 사례를 통해 나름대로 일본 시장 공략에 대한 답을 얻었을 것이다.
게임사가 각자 찾은 답을 검증 받으려면 공개된 장소, 매체를 통해 이런 사례를 내놓고 토론해야 한다.
디테일이 쌓일수록 답과 전략은 더욱 정교해진다. 그리고 이런 시행착오를 경험한 사람이 그 자리에서 계속 경력을 쌓는다면 그가 바로 제대로 된 전문가다.
지식경영 대가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는 일찍이 `조직 내 지식의 창출과 공유, 그리고 유지`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제라도 게임업계는 더 늦기 전에 노나카 교수의 지식경영을 도입해야 할 때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이 주도해 만든 거북선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거북선의 실체는 아무도 모른다. 설계도는 물론 실물도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역사가 게임산업에서도 반복된다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jhwi@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