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포토마스크 자체 제작 시동 걸었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외부서 구입해온 포토마스크를 자체 제작해 사용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선행기술 개발과 연구개발(R&D) 용도가 우선 목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추후 자체 제작비중을 높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포토마스크 생산라인에서 디스플레이용 포토마스크 시제품 제작을 마치고 소량 양산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포토마스크 생산을 위한 노광장비 1대를 입고했다.

디스플레이용 포토마스크 (사진=피케이엘 홈페이지)
디스플레이용 포토마스크 (사진=피케이엘 홈페이지)

포토마스크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생산 시 회로를 설계할 때 사용하는 필수 공정 재료다. 회로를 새기지 않은 깨끗한 원판(블랭크마스크)을 노광기에 넣어 전자회로를 새기면 포토마스크가 된다. 포토마스크를 디스플레이용 기판이나 반도체용 웨이퍼 위에 놓고 빛을 통과시키면 전자회로 패턴이 형성된다. 마치 사진이 찍힌 필름을 현상하는 것과 같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하면서 포토마스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내부 반도체연구소에서 직접 포토마스크를 개발해 사용한다. 포토마스크에 미세 공정 설계 정보가 담긴 만큼 철저한 보안을 위해 외부 기업에서 조달받지 않고 직접 포토마스크를 생산한다.

올해 초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는 디스플레이용 포토마스크 시제품도 개발했다. 평가 결과가 좋아 소규모 양산을 결정했다. 약 3개월 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OLED 선행 개발과 연구개발을 위해 자체 포토마스크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져 선행기술 개발을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데 외부 제작사와 협업하다보니 원하는 속도에 맞추기 힘든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첨단 기술을 선행 개발하기 위한 용도가 주 목적”이라며 “여기서 생산한 포토마스크를 실제 제품 생산에 사용하긴 하지만 극히 미미한 수준인데다 대량 생산하기에 아직 생산 능력도 부족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외부서 조달하는 포토마스크 물량을 줄이고 직접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시장을 독주하다시피 한 중소형 OLED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렉시블 OLED는 기존 유리 소재 기판이 아닌 플라스틱필름 등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므로 TFT 패턴을 형성하는 노하우가 중요하다. 포토마스크를 자체 생산하면 포토마스크 기술과 공정 기술을 최적화할 수 있다. 향후 기술 고도화를 함께 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외부로 설계 노하우가 빠져나갈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다.

추후 일정 수준으로 포토마스크 생산량이 늘어나면 원가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생산 물량이 급증했고 현재 진행 중인 설비 투자를 마무리하면 생산량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세계 포토마스크 공급사는 삼성디스플레이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세계 1위 디스플레이 패널 기업이 포토마스크 외부 구매 비중을 낮출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세계 포토마스크 제조사는 일본 호야, 토판포토마스크, 다이니폰프린팅(DNP)을 비롯해 미국 포트로닉스, 한국 PKL 등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가 포토마스크 자체 조달을 준비하면서 이 시장 공급망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디스플레이용 블랭크마스크 공급사인 일본 울코트와 CST, 한국 에스앤에스텍은 포토마스크 제조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은 물론이고 디스플레이 제조사를 대상으로 직접 영업을 시작했다.

한 관계자는 “여러 패널 제조사가 포토마스크를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시장 공급망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