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폰을 살 때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지원금) 상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침체 우려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 시장 활성화 기대감도 있지만 과도한 지원금 경쟁으로 통신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야당은 반대 의사를 표명,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지원금 상한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부가 휴대폰 가격을 규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고 시장 침체를 불렀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지원금 상한제 폐지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지원금 상한 폐지 검토는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올해 들어 줄곧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대폭 개선은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지원금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그 대신 요금·서비스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시장 침체 논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원금 `33만원`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말기 출고가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원금 상한은 방송통신위원회 고시 개정으로 바꿀 수 있다.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 사안이다.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결정만 내리면 절차상의 걸림돌은 적은 편이다.
업계 의견은 갈렸다.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단통법 이전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 유통점은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는 대신 위약금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의 위약금 피해를 막자는 취지다. 이통사는 단통법이 무력화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지원금이 치솟으면 요금·서비스 경쟁은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봤다.
정부는 단통법에서 차별을 금지하기 때문에 지원금이 쉽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두에게 고액의 지원금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에서 반대 의견이 나와 논란을 예고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원내정책조정회의에서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면 통신 시장은 정글로 바뀔 것이다”면서 “국민이 공짜폰이라는 상술에 휘말려서 거액의 통신비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