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새로운 사례를 만들고 싶다.”
2013년 11월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라인 가입자 3억명 돌파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기로 유명한 이 의장으로서는 당시 12년 만에 언론 상대 공식행사 참석이었다.
성공을 자축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이 의장은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았다. 그는 `안주` 보다는 `도전`, `국내` 보다는 `해외`에 방점을 찍었다. 라인의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후배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해외 성과를 거두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길 바랐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이 의장은 마침내 징검다리를 놓는 데 성공했다. 이 의장은 과거부터 해외 도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네이버가 한국에서는 성공한 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해외에서는 나약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점점 대기업을 닮아가는 기업 문화도 불만이었다.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았다. 다시 벤처기업으로 돌아가 도전했다. 검색이 아닌 모바일 메신저로 승부수를 걸었다.
쉽지는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 사업 초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때 내부에서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라인이 이 정도로 성공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의장 역시 일본 사업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 2013년 행사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스트레스, 글로벌 기업에 대한 두려움 등을 언급했다.
어려움을 해결해 준 것은 결국 동료였다. 이 의장은 사실상 라인 사업 전권을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 겸 라인플러스 대표에게 일임했다. 신 대표는 2000년대 중반 네이버에 합류한 이후 일본 진출을 챙기며 이 의장을 도왔다. 지난해 네이버 사상 처음 해외 매출 1조원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신 대표는 “2008년 일본으로 나갈 때 이 의장이 모든 것을 잊고 백지에서 시작하라고 했다”며 현지화에 역점을 뒀다고 전했다.
초대형 상장 이벤트는 황인준 라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책임진다. 이 의장은 라인 기업공개(IPO)가 예고된 올 초 네이버 CFO를 겸하던 황 CFO를 라인에 전념하게 했다. 연내 상장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라인 상장 확정으로 이 의장의 도전은 한 단락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라인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그간 몇몇 한국 인터넷·콘텐츠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했지만 이후 부침이 많았다. 이 의장이 장기적 성공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 의장의 국내 활동 재개를 기대했다. 이 의장은 해외 사업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국내 인터넷 생태계와 관련된 활동이 거의 없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비롯해 해외 IT기업 창업자와 경영자가 대외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대조를 이뤘다. 이 의장이 성공의 징검다리를 국내에서도 놓아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