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훌륭한 제품이 지녀야 할 여러 가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신선하고 풍미 있고, 나름의 개성도 있지요. 그리고 쉽게 다가설 수 있기도 합니다.”
카셀라(Casella) 가문은 이탈리아 시칠리가 고향이다. 1957년 시칠리를 떠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조그만 시골마을 옌다에 정착한다. 포도농장을 연다. 1983년 젊은 존 카셀라가 와이너리를 물려받는다. 조그만 농장이었다. 자기 랜드가 있기는 했지만 인지도는 없었다. 생산한 포도는 대부분 다른 와이너리에 넘기고 있었다. 경쟁은 힘겨웠지만 새로운 시장을 생각한다. 과일 향기가 풍부하고 부드러운 느낌, 게다가 저렴하다면 어떨까.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 와인 수입을 가업으로 하고 있던 피터 도이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20년째 영업을 해 왔고, 조르주뒤뵈프 같은 브랜드로 성공도 맞본 터였다. 10달러 이하 시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카셀라와 도이치, 두 가문은 50대 50 조인트 벤처를 만든다. “많은 고급 브랜드가 `좋은 와인이란 이런 거야`라고 말하지요.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전달해 주자`는 데 생각을 모았습니다.” 변화가 필요했다. 코카콜라와 스타벅스를 즐기는 고객을 상대해야 했다. 과일 향기가 풍부하고 부드러운 느낌에다 뒷맛도 깔끔해야 했다. 다시 기억되길 바랐다. 노란줄무늬꼬리 왈라비(wallaby), 업계에서 외면하던 동물을 로고로 사용한다. 라벨 색깔로 품종을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붉은색, 시라즈는 노란색, 메를로는 오렌지색으로 각각 라벨을 정했다. 옐로테일(yellow tail)은 이렇게 세상에 나온다.
미국 시장을 노린다. 레드오션은 피하기로 한다. 10달러 시장에는 강자들이 있었다. 가격도 6달러로 다시 맞춘다. 와인을 아는 미국 중산층 시장은 피한다. 오히려 와인을 모르는 층을 고른다. 맥주와 스크루드라이버 같은 혼합주가 그들의 선택이었다. 누가 생각해도 와인 소비자가 아니었다. 초보자에 맞춰 샤르도네와 시라즈부터 출시한다. 과일 향이 풍부하되 맥주에 맞춘 가격으로.
ECSI컨설팅 최고경영자(CEO) 알레산드로 디 피오레는 `한계시장이 주는 기회(Marginal Market Opportunity)`라는 기고문에서 한 번도 그 제품에 노출되지 않은 고객을 끌어당기는 가치 있는 제안을 하라고 조언한다. “보통 마케팅이란 매력적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기 마련입니다. 욕구가 높고, 가격에는 덜 민감하고, 까다롭지 않고요. 이런 집단부터 A, B, C와 같이 나눈 후 나머지는 버려지지요.”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한다. 간혹 한계고객은 제품을 경험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기업은 한 번도 이들의 수요를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을 수도 있다. 장벽에 가려진 일부만 보았을 뿐.
옐로테일은 데뷔 첫해에 20만 케이스를 판다. 판매량은 이듬해 220만 케이스로 는다. 현재는 매해 800만 케이스를 판다. 호주 와인산업 역사상 최고의 성공을 거둔 와인 브랜드가 된다. 피오레는 “와인 시장에서 이것은 `합리 소비(affordable consumption)`와 동의어가 됐다”고 쓴다.
새로운 시장 만들기의 보상은 크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보자. 애플은 2001년부터 아이포드, 아이튠스, 아이폰, 앱스토어, 아이패드를 쏟아 낸다. 모두 시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포드가 출시된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애플 시가총액은 75배가 된다. 이 기간에 MS 시총은 겨우 3% 성장했다. 5배나 크던 매출은 14년 후 애플의 절반이 된다. MS 수익의 80%는 윈도와 오피스에서 나온다. 매번 새 버전이 나오고 팔리기도 하지만 같은 고객, 같은 시장이다.
피터 도이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제 아버지 빌은 항상 6P를 강조하셨습니다. 고객(people), 제품(product), 가격(price), 패키지(packaging), 광고(promotion), 잠재력(potential). 이 가운데 한 가지도 소홀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옐로테일이 이렇게 성공한 데에는 시장 잠재력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피오레의 조언도 마찬가지다. “최선의 시장은 가장 그럴 것 같지 않은 소비자들로부터 옵니다. 뭔가 큰 시장을 원한다면 경쟁자가 외면한 한계시장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