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지금처럼 생활필수품이 되는 데에는 AT&T의 공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1984년 AT&T가 TCP/IP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최초로 제공한 뒤 인터넷은 대중화 궤도에 올랐다. 당시만 하더라도 기술 한계와 낮은 회선 품질로 인터넷 연결성 제공이 최고의 서비스 목표였다.
33년이 지난 지금 네트워크 기술이 비약 발전을 이룬 가운데 통신 시장은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네트워크 관점에서 당시 기술로 제공 가능한 서비스에 집중했다. 기술과 인프라가 충분히 발전한 요즘에는 서비스 관점에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접근이 가능해졌다. 즉, 모든 것이 준비된 네트워크 하에서 얼마나 편리하고 시의적절하게 새로운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초연결`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앞으로 네트워크의 구조와 운영 방식은 더욱 획기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IoT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실현하는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서버가상화가 핵심이었다. NFV에서는 가상화된 범용 서버를 기반으로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기능을 가상화해 작동시키는 개념이다. 기존의 어플라이언스 형태인 라우터, 방화벽과 같은 통신장비를 소프트웨어(SW)로 만들어 서버에 올려 사용하는 방식이다. 가상화된 서버를 플랫폼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과 리소스 최적화 측면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NFV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오케스트레이터`다. 가상 서버에서 가상 머신으로 동작하는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들을 자동화하도록 구성하고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케스트레이터가 이를 지원하면서 가상화된 네트워크 기능을 조합, IoT 등 다양한 서비스를 쉽게 구축하도록 지원한다. 운영관리의 효율성도 향상시킨다.
NFV는 많은 이점을 제공하는 기술이지만 구축하려면 또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가상화 서버와 가상네트워크기능(VNF), 하이퍼 바이저나 리눅스 컨테이너부터 오픈스택과 같은 가상인프라관리(VIM), VNF 라이프사이클 관리를 위한 SW, 자동화 구성을 위한 오케스트레이터에 이르기까지 구성 요소가 다양하다. NFV 기반 서비스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복잡한 구성이다. 다양한 컴포넌트로 구성되는 만큼 초기 구축 시 서비스 안정화를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업자가 NFV 시작 단계에서 NFV망 구축까지 벤더 솔루션 단일화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NFV는 통신사업자의 최대 자산인 네트워크를 플랫폼화하는 핵심 기술임에 틀림없다. 물리적으로 하나인 네트워크를 논리적으로 여러 개의 네트워크로 나누고,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같은 추가 기능을 네트워크에서 구현할 수 있게 해 주는 등 통신사업자가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최고의 적절한 타이밍에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의 미래 사업인 IoT 기반 서비스를 위해서는 수많은 기기가 주고받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서비스별로 네트워크를 분리하고 필요에 따라 리소스를 배분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처리하기 위해 NFV 기반의 분산 구조는 비용과 운영 효율 면에서 이상형이라 할 수 있다.
NFV는 아직 일반화돼 있지 않다. 다행히 IoT 서비스 또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관련 인프라를 개발하고 구축해 시험할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기술 기업과 협력하고 NFV를 통한 다양한 IoT 서비스를 안정되게 성공리에 제공할 수 있다면 IoT 시대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주인공은 바로 네트워크를 손에 쥔 통신사업자 스스로가 될 것이다.
박재범 시스코코리아 통신사업부 부사장 jaepark@cis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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