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갈등 정국

[관망경]갈등 정국

한국방송광고공사가 2010년에 만든 공익광고 `마음 속 리모컨`을 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 비용이 연간 300조원에 이른다. 생각과 입장·의견이 달라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고, 단절된 대화를 재개하는데 드는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1983년 시작해 실패를 거듭하던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참여정부 시절의 `부안사태`를 거치면서 고심 끝에 중저준위와 고준위로 나눠 추진키로 했고, 2005년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만들기로 확정했다. 정부는 2013년에 출범시킨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권고안을 받아들여서 최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내놓고 공청회를 했지만 진통이 만만찮다.

17일 사용후핵연료공청회 시작전 더K호텔 로비에서 상경한 원전지역 주민들이 원전반대 피켓을 들고 운집해있다.
17일 사용후핵연료공청회 시작전 더K호텔 로비에서 상경한 원전지역 주민들이 원전반대 피켓을 들고 운집해있다.

지난주엔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인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후보지가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김해 신공항`으로 결정되면서 김해 신공항을 수용한 부산시와 반대하는 대구·경북의 대결 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영남권 분열 양상은 문학계에도 파문을 일으켰다. 다음 달 후보지를 선정해 2020년까지 국비 450억원을 들여 건립하기로 한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 선정 작업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문체부는 17개 지자체와 24개 업체가 신청할 정도로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흘렀고, 사회 갈등과 혼란을 초래해 국론 분열에 이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중단 배경을 밝혔다.

24일 정부서울청사별관 브리핑실에서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국립한국문학관 건립부지 선정 작업을 잠정 중단할 것을 발표하고 있다.
24일 정부서울청사별관 브리핑실에서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국립한국문학관 건립부지 선정 작업을 잠정 중단할 것을 발표하고 있다.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심하긴 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450억원에 이르는 건립비용 전액을 국비로 지원하고 매년 운영비 50억원을 준다는데 유치 신청을 안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문체부는 지난달 초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부지 공모 당시 `과열 경쟁을 유도하면 심사평가 때 불이익을 줄 것`임을 명시하면서 과열 경쟁을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합리적 대안이 아니라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없던 일로 한 잠정 중단 카드를 꺼낸 데 대한 지자체와 국민들의 실망은 문체부가 감수해야 할 몫이다. 문체부는 하반기에 문학관 건립 방식 문제를 포함해 거시 차원으로 한국문학 진흥안을 담은 중장기 종합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갈등 요소를 해결할 묘안이 담기길 바란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