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74>아이디어 죽이는 피드백은 그만, `픽사`처럼 아이디어를 살찌워라

▲오늘의 고민

K전자 신제품 개발 회의에 아이디어 3개가 올라왔다. 담당자 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피드백이 쏟아졌다. “에이, 그건 절대 안 됩니다. A사도 비슷한 거 했다가 망했잖아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합니다.” “이미 다 해본 거잖아요.” 결국 3개 아이디어 모두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그런데 이게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회의에 올라온 아이디어도 모두 아이디어로만 끝났다. 무시무시한 피드백으로 아이디어를 죽이기 바쁜 K전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74>아이디어 죽이는 피드백은 그만, `픽사`처럼 아이디어를 살찌워라

영국의 비즈니스 전략가 리처드 스케이스는 “21세기에는 직원 간 피드백이 혁신을 가져오는 최고의 원천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직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개선, 보완시켜 나가다 보면 더 큰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피드백을 열심히 한다고 다 효과를 보는 건 아니다. K전자처럼 비판만 쏟아내는 피드백은 아이디어 죽이는 킬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실제로 `디맨드`의 저자인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 “창의성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그 약점을 지적하며 `왜 안 될지`만을 이야기할 때 금세 무력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74>아이디어 죽이는 피드백은 그만, `픽사`처럼 아이디어를 살찌워라

그런데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에는 이런 걱정이 없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를 비롯해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등 혁신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게 다 직원 간의 피드백 덕분이라고 하는데 대체 이들은 뭐가 다른 걸까.

[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74>아이디어 죽이는 피드백은 그만, `픽사`처럼 아이디어를 살찌워라

픽사에는 직원들이 피드백을 줄 때 지켜야 하는 기본 룰인 `플러싱(Plussing)`이 있다. 이들은 `상대의 아이디어를 개선시킬 수 있는 건전한 피드백을 더해 줄 수 있을 때 비판도 할 수 있다`라는 룰을 지킨다. 즉 상대의 아이디어를 깎아 내리거나 죽이기 위한 비판만 쏟아내는 사람에게는 발언권이 없다는 의미다. 그 대신 그것을 보완해 개선·발전시켜 살릴 수 있는 의견을 더해 줄 수 있을 때만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이런 룰을 지키다 보니 피드백을 줄 때 분위기도 남다르다. 우선 픽사는 아이디어를 죽이는 말 대신 살리는 말을 쓴다. 이걸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yes, and` 원칙이다. 이들은 피드백을 줄 때 `틀렸어` `그건 안돼`와 같은 말은 피한다. 그 대신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그렇습니다(yes)` 하고 그 아이디어를 일단 긍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의견을 덧붙여 준다. 예를 들어 누군가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면 다른 회사 같으면 애니메이션에 할아버지가 웬 말이냐며 면박만 주고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픽사 직원들은 대신 이렇게 말한다. “그렇습니다, 그리고(yes, and) 할아버지 캐릭터와 균형을 맞출 작은 동물이나 어린아이가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좋을 것 같네요.” 피드백을 받을 때도 지켜야 할 게 있다. 일단 회의에서 나오는 모든 피드백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가 고민해서 준 피드백을 그 자리에서 반박하는 말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우선 다 받아들이고, 회의가 끝난 후 스스로 판단해 어떤 것을 실제로 반영할지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피드백을 주고받다 보면 거친 비판도 오가고, 원래 생각한 아이디어가 좌절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빈손으로 회의장을 떠나지는 않는다. 그걸 대신할 만한 더 나은 솔루션이나 새로운 시각을 꼭 얻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74>아이디어 죽이는 피드백은 그만, `픽사`처럼 아이디어를 살찌워라

픽사에서는 영화 한 편을 만들기까지 평균 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동안 모든 팀은 매일 아침 하루도 빼먹지 않고 모여서 전날 한 업무에 대해 팀원들의 피드백을 받는다. 이 시간에도 어김없이 플러싱 원칙이 적용된다. 캐릭터의 동작 하나부터 배경의 작은 부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피드백을 받는다. 이걸 바탕으로 장면 하나를 다듬고 또 다듬어서 최고 작품을 만든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아무리 해도 안 풀리는 문제에 부닥치면 사내 두뇌위원회(Bain Trust)를 소집, 피드백을 받는다. 두뇌위원회는 픽사에서 인정하는 주요 감독 8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지식을 총동원, 작품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피드백을 쏟아낸다.

이렇게 플러싱 원칙을 지키며 한 편의 영화에만 수백 번의 피드백을 쏟는 픽사,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성공률은 15%밖에 안 되는데 비해 픽사는 100% 흥행 신화를 써 가고 있다. 자신들이 만든 14편의 영화를 모두 전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려놓았다. 또 이들은 대중성 못지않게 작품성도 인정받고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상을 받았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의 조직도 아이디어 죽이기식 피드백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픽사처럼 모두가 아이디어를 살리기 위해 의견을 더하고 고민하는 건강한 피드백 문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보잘것없는 작은 아이디어가 최고 작품으로 거듭나는 기적이 당신 조직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정리=윤희정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제작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