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까사 발렌티나’가 공연되고 있다. 연극, 뮤지컬, 춤, 전시 등 문화 전 분야에서 활약 중인 배우 김수로가 2011년부터 시작한 공연 연작 프로젝트로 더욱 기대를 모았다.
'까사 발렌티나'는 '크로스 드레서(Cross-Dresser)'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크로스 드레서란 여성의 옷을 취미로 입는 남성을 말한다.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지만 주로 남자에게 칭하는 말이다. 여성의 경우 남성의 옷을 입어도 그다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별하게 구분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여장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여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타인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극에서 표현하는 것 역시 크로스 드레서들이 사회적인시선을 피해 산 속 한 펜션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으로 전개가 된다.
‘까사 발렌티나’는 1962년 뉴욕 캣츠킬 산맥에 있는 한 리조트 슈발리에 데옹에 모여든 일곱 명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들은 나이도 직업도 제 각각이지만 모두 크로스 드레서라는 은밀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작품의 원작자이자 뮤지컬 ‘라카지’, ‘킹키부츠’, ‘뉴시스’ 등을 집필한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은 이 작품을 통해 크로스 드레서와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시선과 오해를 유쾌하고 도발적으로 풀어내 브로드웨이에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런 탄탄한 극본에 60년대 미국의 화려한 의상, 매력적인 배우들의 파격적인 여장모습이 함께 더해져 대중에게 색다른 소재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주목할 만 한 점은 자칫 무겁고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안 될 소재일 수 있지만 극 중 나오는 배우들의 캐릭터와 내용 설정을 코믹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너무 멋있고 잘생긴 배우들만 섭외한 것이 아니라 근육을 가진, 뚱뚱한,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보통의 남자들이 출연한다.
보통 트렌스젠더, 동성애자 하면 예쁜 남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있지만 크로스 드레서는 성적인 성향은 정상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한 의도로 보인다. 극에 나온 배우는 대부분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하고, 구두를 신고, 걸걸한 목소리를 가졌지만 한 눈에 봐도 남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자로 변신한 순간만큼은 손짓, 눈빛, 말투 모두 여자로 변한다.
이 작품은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만큼 민감하고 조심스럽다. 그만큼 제작진은 대중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까사 발렌티나’의 연출을 맡은 성종완 연출은 “우리는 크로스 드레서, 동성애자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작품은 인간의 불완전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라며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그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작가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해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숙제였다.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것은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왜 이 인물은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말을 하는 가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지만 작품을 임하는 동안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사회에서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라는 말이 있듯 이미 여러 편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작품 프리뷰를 본 관객들은 주로 ‘재미있었지만 씁쓸했다’라는 평을 남겼다. 대체적으로 가볍고 코믹하면서도 관객에게 성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시키기 위해 거부감 없이 다가가고 있다.
앞서 작가의 의도와 연출의 말처럼 누군가는 ‘까사 발렌티나’를 보고 크로스 드레서를 즐기는 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굳이 이해하려 애쓰고 받아들이려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해보다는 우리가 몰랐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까사 발렌티나’는 1962년 뉴욕 캣츠킬 산맥에 있는 한 리조트 슈발리에 데옹에 모여든 일곱 명의 남자들을 그린 작품으로 7월21일부터 9월11일까지 대명문화공장 DCF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