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다단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점검 체계를 대폭 뜯어고쳐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중앙 부처와 지자체 인력만으로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위법 행위를 제대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1분기(3월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다단계 업체는 총 146개다. 2014년 1분기는 117개, 2015년 1분기는 125개로 매년 늘고 있다. 총 146개 가운데 서울에만 115개 다단계 업체가 등록돼 있다. LG유플러스의 휴대폰 다단계 업체 IFCI, NEXT, 아이원도 모두 서울에 등록됐다.
공정위 자체 인력만으로는 146개 다단계 업체를 제대로 점검할 수 없다. 공정위 특수거래과 인력은 7명에 불과하다. 5개 공정위 지방사무소에는 특수거래과가 없다. 일부 지방사무소 인력이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해도 공정위 가용 인력은 10명 안팎이다.
공정위 업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민생경제과`에서 수시·정기적으로 다단계 업체 현장조사에 나선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에는 전담 조직이 없다. 다단계 업체 대부분이 서울에 등록돼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서울에 등록한 다단계 업체들이 지방 곳곳에서 활동하며 판매원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어 서울시 점검만으로는 위법 행위를 제대로 적발하기 어렵다.
일례로 휴대폰 다단계 업체 IFCI는 전국 단위 영업을 펼치고 있다. IFCI는 지난해 10월 본사 1개, 지사 2개, 지점 105개, 개통전산센터(POS) 1개 등 109개 사업장을 거느렸다. 매출은 2011년 20억원에서 2014년 624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판매원 수는 1741명에서 10만8900명으로 급증했다. IFCI가 올해 초 펴낸 가입자 교육 책자에 따르면 2017년 300만명, 2020년 1000만명 회원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자체 권한에 한계가 있는 것도 문제다. 과징금 부과, 영업 정지 등 제재는 공정위만 가능하다. 지자체는 과태료 부과, 시정권고 등이 최선이다. 그나마 가장 강력한 제재가 수사 의뢰다.
미흡한 점검 체계를 파고들어 다단계 업체는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위법이 적발돼 제재를 받아도 사명만 바꿔서 다시 등록, 새로운 업체로 둔갑해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아예 정부에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다단계 업체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제재를 받은 후 회사명을 바꿔서 다시 등록, 영업을 계속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면서 “미등록 업체도 여전히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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