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26> 탄크레디 찾기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26> 탄크레디 찾기

1581년 토르콰토 타소는 장편시 `해방된 예루살렘`을 발표했다. 배경은 제1차 십자군전쟁 막바지. 탄크레디라는 기사와 이슬람 여인 클로린다의 이야기다. 르네상스 후기 로맨틱 서사시의 정점이라고도 한다. 그 탓일까. 훗날 볼테르에게는 탄크레드라는 비극의 모티브가 됐고, 로시니는 동명의 오페라로 재탄생시킨다. `해방된 예루살렘`에서 클로린다는 탄크레디의 칼에 찔려 죽음을 맞지만 로시니에서는 사라센과의 전투에서 부상한 채 연인 아메나이데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두는 것은 탄크레디다.

탄크레디는 실존 인물이다. 이탈리아 남부 출신으로, 십자군 원정에 참전했다. 예루살렘을 탈환했지만 주변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였다. 탄크레디에게는 24명의 기사만 있었다. 정복해야 할 땅은 넓었다. 병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주민의 협조가 필요했다. 종교와 상관없이 거주를 허락했다. 가톨릭이 이단시하던 그리스정교나 다른 그리스도교파도 추방하지 않았다. 매년 연공만 낸다면 문제 삼지 않았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방벽이 된다. 아무것도 없이 예루살렘에 도착했지만 훗날 갈릴리를 영유했고, 안티오키아와 에데사의 수호자가 된다. 80여년 후 살라딘의 침공까지 예루살렘 왕국이 건재한 것은 시종과 마부까지 합쳐 100명 남짓으로 시작한 이 젊은이의 덕이었다.

이반 바네트에게 자원이 부족한 것은 주눅 들게 하는 일이다. 파티나라는 이름의 공예품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었다. 2011년 경영난에 빠진다. 소규모 기업이라면 겪을 만한 여러 문제가 있었다. 거기다 그가 팔아야 하는 것은 `가지고 싶은 것`일 뿐 필수품은 아니었다. 관광지 산타페에서 비수기는 길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기업이나 단체 고객을 노리기로 한다. 어떤 모임이 도시로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총무를 찾아 먼저 연락했다. 가게 문을 잠시 닫고 단체 고객을 맞았다. 찾아가는 갤러리도 시도했다. 공예품 자체보다 경험과 스토리가 더 중요해 보였다. 관람회를 열었다. 여기서 제품은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됐다.

“마치 태양의 서커스를 보면서 우리가 놀라워하는 것처럼요. 이것을 보고 나면 다른 고객에게 `꼭 보라`고 얘기하겠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 감흥을 알 수 없을테니까요.”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보다 자원이 많은 누군가와 경쟁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에도 두려운 일이다. 바네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국 미시간대 라지브 바트라 교수와 동료들 생각도 다르지 않다. 작은 기업이 큰 기업과 경쟁해 이기는 방법을 찾는다. 39개 기업을 살펴본 후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맞춤식 제품을 만들었고, 가격은 저렴했다. 제품군 몇 개만 골라 집중했다. 방치된 시장 세그먼트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개발(R&D)이든 광고든 노력을 집중할 방법을 찾았다. 인도의 고드레즈는 염모제, 비누, 살충제 세 가지만 선택했다. 브라질의 나투라는 화장품 원료를 아마존 우림에서 찾았고, 이곳에서만큼은 어떤 글로벌 기업보다 우위에 있었다. 중국의 하이얼은 초기에 기숙사나 와인보관용 소형 냉장고에 집중했다.

마힌드라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단 2개주에만 지사를 열었다. 주력 제품은 조그만 조경회사나 주말농장용 소형 트랙터였다. 와이프로는 광고비가 고작 15억원뿐이었지만 일본 나리타, 미국 케네디, 영국 히스로 공항 비즈니스 라운지에 집중했다. 포천 1000대 기업의 경영진이 타깃이었다.

저자들은 네 가지 전략을 고려해서 보라 한다. 첫째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자원 소모를 줄여라. 둘째 비용을 혁신하라. 고정비용을 줄이고 `가변화(variabilizing)`하라. R&D비는 대학과 협력해 가변화시킬 수 있다. 나투라는 이러면서도 2년 이내에 출시된 신제품으로 매출의 65%를 만들었다. 셋째 획득비용이 작은 고객을 찾아라. 하이얼은 초기에 일반 고객보다 대형 고객에 초점을 맞췄다. 레노보의 첫 타깃도 기업이었다. 저자들은 이것을 `푸시(push) 방식`이라 부른다. 일반 고객을 끌어당기는 방법(pull)보다 상업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식(push)을 선택했다. 넷째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라. 브랜드 있는 파트너라면 공동 브랜드나 상표 병용도 고려한다. `언드 미디어(earned media) 전략`이다.

웹닷컴 최고경영자(CEO)던 제프리 스티벨도 작은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는데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금융 방식을 혁신하고 고정비용을 줄인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전달한다.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마케팅을 활용한다. 탄크레디에게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은 적었다. 스티벨의 조언 역시 제한된 자원을 전략 배치하고 적은 자원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나만의 탄크레디 방식 찾기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