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8%->2.7% 두번 꺾인 경제성장률...R&D투자 급랭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물가관련 브리핑을 가졌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물가관련 브리핑을 가졌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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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2% 저성장 늪에 빠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세 번 낮췄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3.0%를 간신히 붙잡고 있었지만 지난 4월 2.8%로 낮춘 데 이어 석 달 만에 2.7%로 다시 내려잡았다. 이 전망치도 재정 보강과 금리 인하 등 재정·통화정책 효과를 감안한 것으로, 이를 제외한 우리 경제 올해 성장률은 2.5%에 불과하다. 내년에는 2%대 수성도 힘겨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1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2%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전망치에는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반영됐다. 이 총재는 “한은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재정 보강은 경제성장률을 약 0.2%포인트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재정·통화정책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2.5%에 그친다.

한은의 성장률 추가 하향에 대해 시장은 이미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2% 중반대 경제성장률을 예상했다. 우리 경제는 2%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자칫 잘못하면 1%대 초저성장 국면이 고착화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이 총재는 브렉시트와 김영란법 등이 하반기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률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잠재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총재는 마이크를 두 번 잡았다. 오전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데 이어 오후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0.5%포인트를 초과, 목표를 벗어난 데 대해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2%를 크게 밑돈 데 대해 이 총재는 “경기 회복 지연으로 수요 측면의 상승 압력이 미약했고, 공급 측면에선 국제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큰 폭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총재는 “물가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 목표 이탈 정도를 줄여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반대로 상방 리스크가 현재화되더라도 경기회복세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하는데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 경제 전망도 암울하다. 기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 등 기업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민간 연구개발(R&D) 투자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정보기술(IT)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제조업의 재고 물량이 넘쳐나는 등 가동률 하락으로 하반기 한국 경제에 이상 기류가 흐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투자 감소가 예상됐다. 반도체는 글로벌 초과 공급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으로 신규 투자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저부가가치 패널에 대한 투자 유인이 미약하긴 하지만 차세대(OLED) 패널 부문에서 높은 투자 증가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비IT 부문에서도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투자 계획을 축소한다. 철강, 석유화학, 조선업종은 생산 확충을 위한 투자보다 유지 보수 중심의 투자를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자동차는 친환경차, 스마트카 등에 대한 수요 증대에 대비, 대규모 설비 확충이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설비 투자가 지난해 동기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30대 그룹이 사업 구조조정 등 경영 내실화에 주력하면서 R&D 투자를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계획했지만 이마저 불투명해졌다. 저성장 기조와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 교역 신장률도 글로벌 투자 위축에 따른 자본재 교역 부진, 중국 경제 성장전략 변화 등으로 당분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은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휴대폰은 소폭 감소가 예상됐다. 비IT 부문에서는 기계류와 철강이 하반기 소폭 증가하겠지만 선박은 큰 폭의 부진이 예상된다. 자동차 수출도 감소할 전망이다.


주요기관의 2016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7월 14일 현재)

3.0%->2.8%->2.7% 두번 꺾인 경제성장률...R&D투자 급랭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