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나 기차에서 누구나 한 번쯤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통신비를 아끼려는 사용자는 와이파이 버튼을 눌러 신호를 잡는다. 그러나 활성화 버튼을 끄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일부 공공장소에도 와이파이 존이 있다. 대부분 무료로 한때 관심을 모았지만 지금은 거의 무용지물이 됐다. 롱텀에벌루션(LTE) 이동통신이 대세가 된 지금 인터넷 창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공공 와이파이는 참고 견디기 힘든 존재다.
통신사에서 무료 와이파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액세스포인트(AP)를 설치하면 안 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사용량에 따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무선 데이터 통신(LTE)과 달리 무료 와이파이는 말 그대로 `무료` 서비스다. 이익을 낼 수 없는 영역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위험이 너무 크다. 무료 와이파이 존이 방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륵이 된 무료 와이파이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볼 수도 있다. KT는 3년 안에 제주도에다 무료 와이파이 존을 5000여곳 확충한다. 대구 서문시장에도 80여개 이상의 와이파이 AP를 신규 구축,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국내 통신망 사용에 불편함이 많은 그들에게 무료 와이파이는 횡재나 다름없다. 통신사는 와이파이를 플랫폼 삼아 사용자 대상 쇼핑, 관광지, 숙박 등 다양한 정보 서비스를 새로 마련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의 상가나 숙박 시설과 연계하면 새로운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대구 서문시장도 무료 와이파이를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 부가가치는 사용할수록 커지는 셈이다.
서울시도 지하철을 중심으로 초고속 와이파이 망 구축을 준비한다. 사용자에게는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으니 반길 만한 일이다. 더 나아가 공공 와이파이를 단순히 봉사라는 개념보다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신규 서비스 모델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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