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CJ 합병 불허는 글로벌 트렌드 역주행 아닌가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이변은 없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은 불발로 끝났다. 그래도 혹시 뒤집히지 않을까 기대한 두 회사의 실낱같은 희망은 사라졌다.

공정위의 SKT-CJ헬로비전 간 인수합병(M&A) 불허는 방송·통신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다.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주심` 역할도 못해 보고 허탈하게 끝을 맺게 됐다.

당사자인 SKT와 CJ헬로비전은 최종 불허 결정에 대해 “유감이지만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충격이 만만찮다. 7개월 이상 질질 끈 M&A가 무산되다 보니 피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모든 계획은 하루아침에 헝클어졌다. SKT는 CJ헬로비전 합병을 계기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료방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이 계획은 무산될 처지다.

CJ는 SKT보다 최악이다. 매각될 것으로 생각하고 여러 계획을 준비했지만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CJ그룹 차원의 전략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M&A 당사자가 아니지만 또 다른 피해자는 케이블TV업계다. 가입자가 줄어 성장판이 닫힌 케이블업계는 “자구적 구조 개편이 막히게 됐다”며 허탈해 했다. 거의 유일한 출구 전략인 `매각`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 배경에는 통신 경쟁사·지상파의 강력한 반대와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추측일 것이다. 경쟁 제한 우려가 있어서 최종 불허 결정을 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통신과 방송의 융·복합화 트렌드에 어울릴 지는 다툼의 여지가 생긴다. 케이블업계 등 유료방송 시장에 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자칫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공정위는 최대 120일 동안 심사할 수 있는 사안을 7개월이 넘는 `장고` 끝에 불허 결정을 내렸다.

지금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은 융·복합 미디어 간 대형 M&A가 활발하다. 공정위는 독과점 규제 `잣대`를 들이대고 `소비자 권익`만을 외치다가 글로벌 트렌드를 외면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공정위가 쓰는 잣대가 `척(尺)`인지 `미터`인지 `장고`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