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소프트뱅크와 삼성

[데스크라인]소프트뱅크와 삼성

대형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일어난 10조원 이상 빅딜만해도 10여건이 넘는다. M&A 데이터를 제공하는 딜로직에 따르면 작년 세계 M&A 규모는 5조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대형 M&A가 꼬리를 무는 건 시장이 그만큼 `팍팍`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되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기업이 M&A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데스크라인]소프트뱅크와 삼성

최근 M&A 압권은 소프트뱅크의 영국 ARM 인수다. ARM은 독특한 회사다. 대표적인 `작고 강한 회사`로 매출은 얼마 안 된다. 하지만 인텔, 삼성, 퀄컴, 애플 같은 세계적 반도체업체가 꼼짝 못한다. 보유 기술이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이다. 세계 스마트폰 95%와 태블릿PC 85%, 웨어러블 디바이스 90%가 ARM이 설계한 칩을 탑재했다.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성시대가 다가오면서 ARM 의존도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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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작은 거인` 등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RM을 사들인 이유다. ARM 인수는 워낙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금액도 커 비하인드 스토리가 지금도 언론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손 회장은 10년 전부터 ARM에 관심을 갖고 재무부서에 “언제든 살 수 있게 준비해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기업을 보는 안목도 안목이려니와 10년간이나 기다려 원하는 기업을 손에 넣고 마는 집요함과 철저함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ARM 인수 소식 다음날 손정의 친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흥미롭다.

요지는 이렇다. “손정의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가로 평가된다. 하지만 도박꾼, 투자가라는 야유도 받는다. 그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는 보다폰재팬, 스프린트 등 거액 인수를 계속해오고 있다. 그는 기술 지식도 해박하다. 어떤 엔지니어도 그를 이길 수 없을 만큼 시장과 기술을 꿰뚫고 있는 그는 세계 최강 벤처캐피털리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최강 벤처캐피털리스트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지난 10년간 140개나 되는 M&A를 단행했다. 기업이 지속성장을 하려면 M&A가 필요하고 그러자면 CEO는 최강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돼야한다. ARM을 인수하기 전 소프트뱅크는 22조원이 넘는 M&A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달 주총에서 손 회장은 “우리 미래는 인공지능, 스마트로봇, 사물인터넷에 있다. 슈퍼셀 매각 등으로 22조원 현금을 갖고 있다”며 유망분야 M&A에 사용할 뜻을 내비쳤다.

소프트뱅크 작년 매출은 97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절반이 안 된다. 그런데도 M&A 자금은 삼성전자보다 최소 10배 이상 보유했다. 우리 기업은 M&A에 소극적이다. 최대 기업인 삼성도 마찬가지다. 2010년 이후 삼성전자가 인수한 기업은 15곳 안팎이다. 메디슨 인수 등이 대형 M&A로 꼽히지만 인수액이 1조원이 안 된다.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는 오늘날 삼성전자 초석이 됐다.

`문샷(Moon Shot)`이란 말이 있다. 달을 잘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아예 달에 가는 탐사선을 만드는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이루려는 모험적 사고와 행위를 말할 때 사용한다. 손정의 사장의 M&A가 그랬다.

방은주 국제부데스크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