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인수·합병 열풍이 거세다.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작심한 투자인지 아니면 글로벌 경쟁자를 고사시키기 위한 전략인지, 여하간 기업 인수 합병의 굴기는 미래의 공포로 다가오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제 중국은 자본과 기술에 디자인까지 입힌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무차별 공습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은 어디서 그런 전략적 자금이 조달되는 것일까? 무척 궁금해서 중국 자동차 부품 산업의 NJ사의 경우를 살펴봤다. 2004년 창업해 자기 몸집보다 큰 회사를 매년 한 개 이상 인수 합병해 성장한 회사로, 12년 만에 직원 약 2만명과 매출 규모 약 4조원으로 몸집을 키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또 다시 지금보다 큰 몸집의 회사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 독점적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끝이 어디일까? 론 개런티를 통한 자본 조달을 한다는데 중국 정부는 자기 몸집보다 큰 보증을 제1금융권에서 어떻게 제공해 지원 받는 것인지 궁금하다.
중국 정부의 기업·경영진에 대한 항구적인 믿음이 없이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순한 자본의 투자뿐만이 아니라 확실한 기술 로드맵을 가지고 최고의 전문가들을 자국으로 줄 세우며 시장의 판을 흔드는 전략이 무섭다.
일본은 어떤가? 경기부양을 위해 300조원 이상을 바라마키(현금살포)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마도 기업과 경영진의 신뢰보다는 아베 총리와 보수 정권의 과거 영화로웠던 시절의 회복을 위한 무조건적인 양적 완화 전략인 것 같다. 그들의 집요한 추진력이 일본 경제의 재도약을 기약하고 지원한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미국은 정부보다 기업들이 모범적인 투자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많은 기업이 전략적 투자로 성공 패러다임을 이어가고 있는데 참으로 존경스럽다. 애플이 1988년부터 약 30년동안 약 78개의 기업을 인수했고 구글은 창업 후 18년 동안 195개사를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1년 동안 약 196개사를 인수합병했다. 그들은 진정으로 기술의 가치를 인정한 투자와 합병으로 성공을 이어가는 기업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쯤 되면 애플과 구글 및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합병 전문기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인수합병 전문기업이라 부르지 않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찬양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2007년 이후 총 인수합병회사 수가 약 21건 정도 된다. 어떻게 보면 자체적인 기술개발 노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자기 개발 능력자의 집단이다. 한반도 5000년 역사 속에서 이렇게 큰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공존이나 상생에 인색한 수퍼 갑의 배타적인 보수적 관리로 그 뒤안길에서 기술과 땀과 그들의 열정을 헌납하고 희생하며 도태된 수많은 중소기업과 협력사들의 눈물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한때 우리도 정부 지원 호시절이 있었다. 기억을 되살리면 1984년 당시 정부에 의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약 3조원을 연구 개발자금으로 해당 기업들에 형식과 절차를 거쳐서 균등하게 지원한 적이 있었다. 그 정도의 자본은 당시 반도체 팹 생산라인을 사별로 두 개씩 이나 투자 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 지원이 30년 동안 한국이 반도체 산업이 부침은 있었지만 세계 최고 호황을 누릴 수 있는 확실한 투자 기반이 됐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과 후원을 등에 업고 성공스토리를 만들어온 우리 기업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또는 대를 물리면서 이전의 성공스토리가 잊혀지고 있다. 대기업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상생과 협력의 기반을 다시 만들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수많은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인이 본인 사재를 털어가며 개발해온 기술과 사업 모델들이 존중되고 새롭게 평가돼 재투자로 이어지길 희망해 본다. 그들이 산업에서 도태된다면 그간 축적된 기술과 경험의 손실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와 대기업에서 과감한 인수합병 시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백원인 이미지넥스트 사장 woninb@imagenex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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