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리뷰]<35>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

[컴퍼니 리뷰]<35>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야후의 핵심사업인 인터넷 포털 사업을 48억달러(5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버라이즌은 야후 인터넷 사업을 인수한 뒤 작년에 사들인 AOL과 결합해 디지털미디어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런 구상이 실행에 옮겨지면 버라이즌 산하 AOL-야후 결합 기업이 페이스북, 구글 등과 온라인 광고 사업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동영상 서비스와 온라인광고를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밀고 있는 버라이즌의 청사진이 구체화되는 것이다.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통신 회사다. 2000년대 들어 AT&T를 제치고 미국 1위 통신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1983년 벨애틀랜틱(Bell Atlantic)으로 시작해 2000년 벨애틀랜틱과 장거리전화 전문 통신회사인 GTE(General Telephone & Electronics Corporation)가 합병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벨애틀랜틱은 20세기 미국 통신업계를 장악했던 거대기업 AT&T에서 독립한 회사다. 1983년 통신업계 독과점을 막기 위해 AT&T로부터 벨애틀랜틱, 나이넥스, 벨사우스 등 7개 회사가 독립했다.

로웰 맥아담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 CEO
로웰 맥아담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 CEO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통신업체가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면서 과잉 경쟁이 시작됐다. 막대한 광고비가 사용됐고 공짜 휴대전화기와 무료 서비스가 남발되면서 통신회사는 경영난에 빠졌다. 이를 계기로 미국 통신회사 사이에서 인수합병(M&A) 붐이 일어났다.

벨애틀랜틱은 2000년 나이넥스와 GTE를 합병하면서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가 공식 출범했다. 2005년 MCI를 85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몇 차례 더 합병을 하며 규모를 키워 AT&T를 누르고 미국 최대 통신업체 자리에 올랐다.

자회사 버라이즌 와이어리스(Verizon Wireless)는 미국에서 가장 큰 이동통신회사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가 55%, 보다폰이 45%를 투자해 2000년 설립됐다. 이후 2013년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는 보다폰이 소유하고 있던 이 회사 지분을 1300억달러에 모두 매입했다. 21세기 들어 가장 큰 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버라이즌은 이어 지난해 44억달러를 들여 AOL을 인수하는 등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하는 이동통신 사업 분야 대신 온라인·소프트웨어 분야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물리적인 통신망은 별로 큰 경쟁우위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버라이즌이 인수한 야후는 한 때 시가총액 1250억달러를 웃돌았던 대표 인터넷 기업이었다. 하지만 닷컴 붐 붕괴와 구글과 페이스북 등 라이벌 기업 등장으로 급격히 몰락했다. 야후는 미국에서만 월간 방문자 2억명을 웃도는 등 인터넷 부문에선 여전히 매력적이다. 버라이즌은 AOL과 야후를 결합해 플랫폼 경쟁력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버라이즌은 야후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새 기업 인수 소식을 발표했다. 차량 위치 등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제조하는 플리트매틱스(Fleetmatics)를 2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소재한 이 회사는 운행 차량의 연료 사용량, 속도, 주행거리 정보를 수집해 모바일 기기로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버라이즌이 사물인터넷(IoT) 부문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했다.

한 때 통신서비스 분야 제국을 건설했던 버라이즌이 온라인과 소프트웨어, IoT부문에 과감한 투자로 붕괴하는 제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컴퍼니 리뷰]<35>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