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카메라vs스마트폰, 경쟁일까 공생일까

[기고]카메라vs스마트폰, 경쟁일까 공생일까

카메라 업계에 몸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인들에게 때로 걱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어쩌면 현재 카메라 업계가 안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고, 시장 축소에 대한 우려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의심의 여지없이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하나같이 신제품 출시 때마다 향상된 성능의 카메라를 강조하고,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한다.

좀 더 심각한 시장 견해에 기초하면 카메라 산업도 스마트폰으로 인해 언젠가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을 듣기도 한다.

이러한 근거에는 스마트폰 탄생으로 인해 산업 구조 자체가 소멸 또는 비슷한 과정에 처해 있는 PMP, MP3나 전자사전 같은 전자기기들이 좋은 예로 들먹여지기도 한다.

나는 카메라 산업에 있는 긍정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부정 측면을 카메라 산업이 안고 있는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다. 카메라 산업이나 시장 자체가 스마트폰 영향으로 인해 위축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으로 인해 카메라 시장이 없어질 거라는 극단의 견해 역시 동의하지 않는다.

카메라 수요는 5년 전부터 지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차별성을 띨 수 없는 저가형 카메라(업계에서는 `똑딱이 카메라`)는 매년 절반 수준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심각한 상황임은 사실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저가형 카메라 시장 수요의 감소세와 다르게 프리미엄급 카메라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카메라 시장 전반의 위축과 다르게 우리가 좀 더 시장을 세분화해서 바라본다면 시장은 우리가 예상하거나 우려하는 것과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카메라 시장의 위축세는 막을 수 없는 대세다. 그런데 이러한 트렌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같다. 카메라 시장의 위축세가 이제 어느 정도 저점을 찍고 안정기에 도달하고 있다는 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스마트폰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은 많은 사람이 누리고 있는 문명이 가져다준 혜택이다. 전화통화는 물론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고, 메일을 보내고, 스케줄을 관리하고, 게임을 하고, 결제를 하는 기능까지….

스마트폰에 있는 핵심 가치를 정의하면 편의성을 기반으로 한 소통과 공유다.

그렇다면 왜 굳이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또 하나의 기기를 들고 다니는 것일까. 그 대답이 카메라 시장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스마트폰은 개개인의 사용 약정 기간에 따라 유명을 달리한다. 1~2년이 지나면 그동안 사용해 온 스마트폰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책상 서랍 구석으로 밀려나고 새로운 기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것이 스마트폰이 안고 있는 운명이다.

반면에 카메라는 기호품이자 소장하고 싶은 보물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보물 목록 1호로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기쁨을 주는 그런 존재이기도 하다. 때로는 우리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내 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카메라로 사진다운 사진을 만들어 내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맛보며 소중한 추억을 담아 낸다.

단순히 기기에 담기는 사진이 아닌 더 큰 가치를 위해 셔터를 누른다. 이것이 카메라가 지닌 핵심 가치다.

제품은 그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스마트폰의 탄생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 놓았고, 편리한 세상을 가져다주고 있다. 스마트폰은 카메라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지니고 있는 가치 기반이 명확하게 다른 이유로 함께 공존할 동반자 관계다.

임훈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부사장 hun.lim@fujifil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