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가 끝나고 하반기가 시작되면 각 조직이 성과 연봉제 도입 때문에 몸살을 앓게 될 전망이다. 성과 연봉제 도입에 따른 준비에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도입 그 자체에 대한 논쟁과 투쟁에 너무 시간을 끌고 힘을 써 버리고 있다. 그래서 과연 어렵게 도입을 해도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지 걱정이 든다. 경영자나 관리자들이 성과 연봉제를 직접 경험하고 운영해 봤으면 여러 실무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나 그런 경험이 없다면 원활한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다.
성과 연봉제를 그저 막연하게 연말에 업적 평가해서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그런 간단한 시스템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성과 연봉제는 사전에 준비할 것도 많고, 조직원들의 직업관도 바뀌어야 하고, 나아가 조직의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만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인사 제도의 큰 변혁이다.
왜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려고 하는가? 지금의 연공 서열제도는 조직원들의 연봉이 업적에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근무 연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래 근무했다고 해서 회사에 더 많이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같이 경영환경이 빨리 바뀌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환경에서는 직원들 스스로가 변화를 따라가기 조차 힘들다. 또, 고도 경제성장 시기에는 파이가 크기 때문에 각자에게 어느 정도 넉넉하게 나눠 줄 수 있었다. 조직원들도 내가 먹고 살만큼 받게 되니 다른 사람이 많게 받든 작게 받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런 사회적 용인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전래의 장유유서와 맞물려서 연공서열이 자연스럽게 대세로 자리 잡았다. 서로가 편안하기 때문이다.
왜 성과 연봉제를 도입해야 하는가? 지금은 저성장 시대다. 작은 파이를 서로 나누다 보니 예전 방식으로는 모두가 불만이 생기게 되었다. 또,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들에게 당신의 경험과 기술이 정말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이냐고 수시로 물어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서 직위나 입사연도가 아닌 직접적, 객관적, 정량적인 성과를 기초로 작은 파이를 나눠 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모든 인사제도가 그렇듯이 제도 자체의 도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운영의 묘가 중요하다. 제도라고 해서 너무 딱딱해서도 안되고, 너무 흐느적거려도 안 된다. 왜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려고 했는가 하는 처음의 목표와 원칙에 맞게 신축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
근로자들은 성과 연봉제가 공정한 룰에 의한 공정한 평가제도라고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자들을 줄 세우기 해서 피곤하게 하는 제도라고 여기고 있다.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공정한 목표관리, 성과관리가 전제되지 않은 성과 연봉제는 지금의 연공서열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나 조직 충성심이 저하될 수도 있다.
지금도 많은 회사들이 진급 때가 되면 지난해에 진급에 탈락한 직원이나 양보한 직원의 고과를 잘 주고, 이미 진급했거나 작년에 잘 받은 직원에게 올해는 네가 좀 양보하라는 식의 나눠먹기, 돌려 막기 고과를 하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성과 연봉제 도입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회사에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따라 정당한 대우를 받는 그런 조직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 기여한 성과만큼 대우를 받는다는 그런 철학과 문화가 있어야 하고 조직원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우리가 왜 기업을 경영하는가? 당연히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그러니 수익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 직원이 그 조직에 있을 이유는 없다. 그래서 수익 창출에 기여한 직원에 대해서는 좀 더 좋은 대우를 하고 그렇지 않은 직원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과에 따라 그에 따른 대우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는 공기업이나 기관에서도 지금 앞다퉈서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할 점도 있다. 개인의 성과 목표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잘못하면 일 안하고 예산절감을 많이 한 직원을 높이 평가하거나 많은 규제를 창출한 직원을 일 많이 했다고 칭찬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러니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잘 정렬시킬 필요가 있다.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우선, 각 조직원의 직무 정의가 명확해야 한다. 또 장단기 목표를 위에서 내려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합의해서 정해야 한다. 월, 분기별로 성과를 평가해서 본인에게 정기적으로 피드백 해야 하고, 평가에 불만이 있을 시 처리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성과와 팀의 성과를 조화시키는 방법이 있어야 하고, 경영자와 관리자들이 성과 연봉제의 취지와 운영에 대해 지속적인 학습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조직원들이 경쟁을 즐기도록 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성과 연봉제를 도입한다는 뜻은 지금까지 조직이 조직원을 보던 눈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철학적인 문제를 단지 인센티브를 미끼로 밀어 부치기만 하면 무늬만 성과 연봉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경영자는 방바닥 때리면 노조는 아프다고 소리치는 식으로 성과 연봉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이 짓을 왜 하고 있지 하면서 다시 연봉제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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