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유한양행이 중국 제약사 뤄신에 폐암치료제 신약물질을 1억2000만달러의 기술료에 라이선싱 아웃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5년 하반기에 한미약품이 전한 대규모 라이선싱 아웃 뉴스에 이어 한국 바이오산업 및 제약 기업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런 성과를 거두기 위해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장기간 연구개발(R&D)에 집중해야 하며, 그 기간에 매출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데다 큰 규모의 영업 손실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서 이런 데스밸리를 견디는데 벤처캐피털이 주요한 자금공급원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벤처캐피털의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액은 933억원으로 전체 1조2000억원 대비 7.4%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에는 3170억원이 투자, 전체 2조858억원 대비 15.2%로 성장했다. 이는 외형으로도 3.13배 증가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한국 국가경쟁력이 기존의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및 서비스 분야에서 바이오산업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내 바이오 분야 투자가 괄목 성장한 배경에는 한국거래소의 역할이 컸다.
한국거래소는 기술성 평가를 통한 상장 특례 조항을 신설, 2005년부터 바이오 기업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상장을 위한 기업들은 형식 요건을 갖춰야 했다. 경상이익 시현, 영업이익률 5% 이상이라는 조건이었다. 바이오 기업들은 R&D비 집행에 따라 순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형식 요건을 통과할 수 없어 상장이 불가능했다.
2005년 바이오로메드, 바이오니아, 크리스탈지노믹스에 적용된 기술성 특례 제도는 우수 바이오 기업에 상장 기회를 제공했다. 공모 자금은 추가 개발로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기술성 평가 상장특례제도를 활용해 지난달까지 옵토팩 등 총 31개 기업이 상장했다. 27개가 바이 오업체다. 이런 성과는 바이오 분야에서 코스닥시장이 강력한 회수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의 성공이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전체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 분야 기업이 차지하는 시가총액은 22.1%에 이른다. 2000년 1.0%에 비하면 괄목 성장이다. 강력한 회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바이오 산업은 최근 6개월 이내에 총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바이오 산업 분야는 풍부한 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지속된 기술수출 계약 성공 사례를 경험 삼아 더욱 빠른 속도로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력 우위 요인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의 기술 특례 상장 승인이 지난해 씨트리 승인 이후 계속 불발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장한 기술특례 상장 기업 4개(안트로젠, 큐리언트, 팬젠, 바이오리더스)는 모두 2015년에 청구해 승인된 기업이다. 총 5개 업체(선바이오, 싸이토젠, 앱클론, 툴젠, 파멥신) 등이 자진 철회하거나 미승인됐다. 특히 이들 업체 가운데에는 전 세계에 뛰어난 기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상장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기술성평가제도 운영에서 바이오 기업에 편중됐다거나 기술상장 기준을 낮추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한국거래소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장점을 좀 더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바이오 기업 기술성 평가 특례상장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마련됐다.
한국거래소가 기술성 평가를 통해 지난 4월 청구해 심사 승인 후 다음 달 21일 상장 예정인 지엘팜텍 사례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즉 기술성 상장 특례 기업이 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을 추진할 경우 기준을 완화, 외부 평가 기관의 평가 A를 얻으면 바로 상장을 승인해 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 스팩 주주들의 합병 승인이라는 별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술 기업의 성장성이 부족하거나 기업 가치가 높을 경우 스팩 합병 주총에서 부결돼 무산될 것이다. 이런 기술특례 상장 추진 기업들과 스팩이 결합할 경우 한국바이오 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그동안 한국 바이오산업이 큰 성과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런 성과를 더 확대하기 위해 올해보다 더욱 실험성과 창의성 강한 기술성 상장 특례제도를 적극 운영해 주길 기대한다. 머지않아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 jasonlim199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