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이후의 세계`로 번역된 제프리 스티벨의 `Wired for Thought(2009)`는 미래 인터넷에 대한 통찰력 있는 비전을 제시한다. 그는 `미래의 인터넷은 인간의 뇌에 한없이 수렴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에서는 `10년 후 인터넷은 붕괴될 것이다. 그러나 붕괴될 때마다 더 발전하고 강해질 것이다. 인간이 성장함에 따라 유년기에 형성된 뉴런들도 소멸하고 뇌의 크기도 점점 줄어들지만, 인간은 더 지혜로워진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라고 사뭇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예컨대 미래 인터넷은 신경망처럼 고도화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000억개 뉴런, 100조개 인터 뉴런으로 구성된 인간의 `두뇌 네트워크(Brain Network)`가 준거 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 연결된 방대한 수의 컴퓨터는 맹렬한 속도로 학습을 하고 있다.
딥러닝이나 강화학습 등의 기술을 이용해 대량〃양질의 데이터와 경험치를 획득한 AI는 인간보다 뛰어난 판단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한다. 예컨대 AI 자동운전 시스템이 충돌하지 않고 사고를 내지 않는 완벽한 드라이버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전제 사회이기도 하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는 당해 영역의 AI 플랫폼을 획득한 기업과 국가가 압도하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스마트폰 출현으로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는 수십억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기 생태계를 혁신해 왔다. 마찬가지로 AI 플랫폼도 네트워킹 밀도가 고도화됨에 따라 인간 시스템 간 공진화를 거듭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AI 상호 간, AI와 사물, AI와 클라우드, AI와 사회시스템 간 상호 운용성을 확장하면서 우리 생활 세계는 AI 플랫폼에 대한 상호 의존도를 심화시켜 간다. AI 플랫폼 발전 단계를 네트워크와의 연결성 정도에 따라 특화형 AI 플랫폼, 기반형 AI 플랫폼, 범용형 AI 플랫폼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화형 AI 플랫폼은 AI가 독립(Stand alone) 적용되거나 일부분 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아 특정 미션 중심으로 발전하는 현재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검색 엔진, 판례 및 질병사례 검색, 보험심사나 금융 데이터 분석 등에서 보듯 지식 양이나 탐색 속도를 이용해 인간의 두뇌노동을 한정 지원 또는 대체한다.
기반형 AI 플랫폼은 스마트 기기나 공장의 설비, 자동차, 로봇, 드론 등이 자기학습 기능과 자율 동작 능력을 갖춘 스마트 머신으로 변모하면서 고도화된 정보통신 시스템과 연동해 생태계를 확장하는 단계다.
특히 초저지연 특화, 데이터 처리 속도와 통신 대역 등의 특정 서비스 수요에 맞춤화된 5G 이동통신 시스템이 구축되면 기반형 AI 플랫폼은 인류에게 새로운 차원의 고성능 공통 인프라로 변신하게 된다.
미래에 파괴적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범용형 AI 플랫폼은 `AI 정의 인프라`와의 초연결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듯 20세기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전기와 반도체가 파고드는 전기〃전자 문명시대였다. 반면에 21세기는 모든 문명의 이기와 경제사회 시스템이 AI를 품으면서 그 운영 상황의 특징 파악, 고장 예측 및 발견, 자동 복구 등이 가능한 AI 기반 성숙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특화형 AI 플랫폼은 고객 기반의 빅데이터, 딥러닝 같은 원천 기술을 소유한 다국적 기업 등이 이미 유리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가 단위의 기반형〃범용형 AI 플랫폼의 선도 설계와 운용을 통해 한국발 제4차 산업혁명 모델로 발전시켜 가면 어떨까? 이 경우 궁극의 국가 어젠다별 아키텍처와 프레임워크 및 제도를 패키지로 설계하고, 각 AI 플랫폼의 집단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과 고급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을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보자. 동시에 정부,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 등이 소유한 데이터를 민간 기업에 공유하게 한다면 범국민 차원의 데이터 협조와 경쟁의 선순환 생태계 정착도 앞당길 수 있다.
하원규 ETRI 초연결통신연구소 초빙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