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미래 바이오 주도권,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달렸다

[이슈분석]미래 바이오 주도권,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달렸다

4차 산업혁명은 광대한 분야에서 동시다발로 침투, 변혁을 예고한다. 불특정 다수 산업에 스며들어 비스니스 혁신 모델과 결합,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영역 간 경계가 대체로 명확하던 바이오산업도 변화의 출발선에 섰다. 첨단로봇공학, 최첨단 신소재, 빅데이터, 생물학 등이 결합된 4차 산업혁명 시대 `바이오`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물론 우리 생활 모습을 완전히 바꿀 준비를 마쳤다.

18세기 후반에 증기기관 발명이 촉발한 1차 산업혁명, 노동분업과 전력 사용을 통한 2차 산업혁명, 정보기술(IT) 기반의 자동 생산이 잉태한 3차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우리 사회는 사이버와 물리가 융합된 `사이버-물리 시스템`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다. 사물인터넷(IoT)를 통한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인공지능(AI)이 적절한 판단과 자율제어를 수행한 플랫폼이 구축된다. 이를 통해 초지능성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 전 세계가 주목하는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이다.

◇바이오산업과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이 촉발시킨 바이오산업 변화의 의미는 크다. `바이오헬스` 영역이 그 핵심에 있다. 올해 초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는 건강수명 극대화, 만성질환 및 정신질환 예방에 대한 투자가 모든 산업에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강이라는 요소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건강기반 경제`가 부각된다.

건강 기반 경제에서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은 크다. 웨어러블 기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커넥티드 홈을 구축한다. 고령자나 장애인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등 사회 비용을 절감시킨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가 가능해짐으로써 국가별 보건 재정 건전성에 기여한다. 이를 구현할 제품과 서비스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된다.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제품, 산업, 공간 등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서로 융합하는 게 특징”이라면서 “바이오 영역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맞춤형 건강 구현, 농식품 개량 및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수십 년 동안 고민하던 게 몇 달 만에 구현되는 변혁을 맞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바이오산업 모습은

지난해 WEF는 4차 산업혁명의 티핑 포인트가 될 기술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IoT, 이식기술, AI 등 바이오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아홉 가지 기술도 포함됐다.

우선 IoT는 의료자원의 효율 활용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 전 세계의 1조개 센서가 2022년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실제 영국 국가의료서비스(NHS)는 IoT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당뇨 디지털 코치, 기술통합 건강관리 시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22년에는 세계 인구 10%가 인터넷이 연결된 셔츠 등 의류를 착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옷에 달린 센서로 심장박동 수와 호흡 등을 측정, 자기 건강 관리를 구현한다. 랠프로런은 애플워치와 연계, 심장박동 수 등을 측정하는 의류를 개발했다.

AI도 바이오산업 혁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컴퓨터가 방대한 양의 전자의무기록(EMR). 영상진료정보, 의학 논문을 스스로 학습해 환자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상당수 병원에서 규칙 기반의 진단명 도출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의사가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에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 병변을 알려 주는 딥러닝 기술도 상용화됐다.

AI 연상선상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도 티핑 포인트로 선정됐다. 미국에서는 2021년에 로봇 약사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처방전 기반의 약 조제는 로봇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자율 이동 수송, 환경 소독, 실험실, 제약, 멸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간호사, 약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병원에서의 일부 직업이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영역 가운데 하나인 3D 프린팅도 현대 보건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3D 프린팅 기술은 인공 관절, 치아 등을 제작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2024년에는 최초로 3D 프린터로 제작된 간이 이식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 프린트로 고도화할 경우 인체 장기 제조도 가능하다. 바이오헬스 영역에서 연구개발(R&D) 비용과 시간을 줄일 뿐만 아니라 환자별로 최적화한 제품도 제조할 수 있다.

◇바이오산업 경쟁력,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달렸다

바이오산업은 인류가 직면한 고령화와 식량 및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정체된 전통산업을 대신할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는 매력이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1790억달러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약 23%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 시장(825억달러)보다도 규모가 2배 이상 크다. 화학 의약품 시장 성장률이 1~2%인 것과 비교, 바이오의약품은 5년 새 5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인다.

미래 바이오산업의 주도권 확보도 결국 4차 산업혁명에 얼마만큼 적극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신약 개발에 치우쳐 있던 바이오산업을 빅데이터, IoT, AI, 3D프린팅 기술과 접목해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전통의 의약품 제조 공정에서 벗어나 ICT 기술을 적용, 생산 혁신을 이뤄야 한다.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은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25위다. 기술 수준(23위)과 적응능력 교육(19위)은 20위권에 들었지만 유연한 노동구조(83위), 법 보호(62위) 등 제도상의 구조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정부도 전 산업을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 대응 종합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주제로 빅데이터, 자동 로봇, 시뮬레이션, 산업 인터넷, 클라우드 등이 거론된다. 4차 산업혁명의 논의가 바이오산업까지 확산될 지는 미지수다. 의료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은 아직까지도 관련 규제가 엄격, 산업 육성 토대가 약하다. `허용`과 `금지`라는 이분법식 규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 채택에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규제는 최소한으로 설정하고 규제를 점차 검토하는 `적응규제` 개념이 필요하다.

올해 정부는 바이오헬스 7대 강국 실현을 목표로 규제 개선과 R&D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정밀의료 구현을 위한 유전자 분석, 맞춤형 건강 관리를 목표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 빅데이터를 적용한 신약 개발 등 새로운 영역 간 융합이 추진됐다. 하지만 명확한 목표 설정과 중장기 계획 없이 단기 프로젝트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 수많은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고, 활용 가능하게 정제할 환경이 필요하다. 정제 데이터는 우리가 확보한 AI 기술로 분석·가공해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창출하는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바이오 플랫폼`이 부재하는 한 변혁은 이루기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플랫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이 교수는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미래 시대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AI를 적용해 분석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우리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면서 “이미 관련 기술을 확보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규제가 이를 막고 있어 이러한 규제를 사회 합의로 점차 풀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