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글로벌 뇌과학 프로젝트 성과를 기대하며

임현호 한국뇌연구원 연구본부장
임현호 한국뇌연구원 연구본부장

미국 캐블리재단은 노르웨이 출신의 억만장자 프레드 캐블리가 평생 모은 6억달러를 출연, 지난 2000년에 설립한 민간 재단이다. 인류애 관점에서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취지다.

캐블리재단은 입자물리학, 신경과학, 나노과학, 이론물리학 등 4개의 주요 분야를 정해 세계 주요 대학 및 연구소에 캐블리연구소를 설립해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캐블리재단은 제2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캐블리상을 2년마다 천체물리, 신경과학, 나노과학 분야에서 선정한다.

캐블리재단은 2011년에 전 세계 컴퓨터 과학자, 뇌 과학자, 나노 과학자들이 모인 런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인간 뇌의 신비를 풀 열쇠인 뇌지도의 작성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었다. 이것이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브레인 이니셔티브의 모태가 됐다.

민간 재단인 캐블리재단이 미국 브레인 이니셔티브의 숨은 공로자인 셈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의 휴먼브레인 프로젝트, 일본의 브레인 마인즈 프로젝트(Brain/MINDS), 중국의 차이나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진 것을 돌아보면 사설 재단이 최초 동력이 되어 이룬 파급 효과로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국가 뇌과학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 뇌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기 위한 종합 계획이 담겨 있다.

지난 4월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는 세계 12개국의 주요 뇌 과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국제뇌과학 워크숍`이 열렸다. 여기서는 `글로벌 뇌과학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발굴해 추진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ET단상]글로벌 뇌과학 프로젝트 성과를 기대하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 세계 주요 뇌 연구자들이 오는 9월 19일 미국 록펠러대에서 다시 모여 `글로벌 뇌과학 프로젝트` 실현을 위한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다. 공감대를 확인하고 글로벌 뇌과학 프로젝트에 대한 세부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이번 자리에서는 `무엇이 우리의 뇌를 고유하게 만드는가` `어떻게 뇌는 복잡한 계산 문제를 해결하는가` `어떻게 임상상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을까` 등 3대 도전 과제와 함께 신경과학 통합 데이터, 정보관리 및 공유를 위한 `국제 뇌 플렛폼` 구축을 논의한다. 다음달 20일에 있을 유엔총회에서는 뇌 연구 국제 협력이 공식 토의된다.

시의적절하게도 우리나라의 뇌 연구 현황 및 계획이 이 자리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실마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뇌는 1.4㎏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그 속에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1000조개로 연결돼 얽히고설켜서 활발하게 작동하는 복잡한 중추신경계 기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과연 이렇게 복잡한 인간의 뇌를 어느 한 나라가 연구를 통해 `우리의 뇌는 왜 고유한지` `우리는 어떻게 매일 고차원의 사고와 판단을 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까.

필자는 현재 우리가 가장 합리에 맞게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장기 차원에서 국가 간의 적절한 역할 분배를 통해 국제 협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뉴욕에서 있을 `글로벌 뇌과학 프로젝트`의 성과에 기대가 모아진다.

임현호 한국뇌연구원 연구본부장 hhlim@kb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