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다. 스위스 시계산업 근원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교박해를 피해 프랑스에서 이주해온 위그노 교도가 제네바에서 시작해 각 도시로 시계 기술을 보급했다.
17세기에 제네바에 시계 상거래 조합이 생겼고 19세기 중반부터 세계 시장에 수출되면서 시계 산업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시계 산업에 큰 발전을 가져온 시계와 부속품은 대부분 스위스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이다. 1910년 처음으로 정확한 손목시계를 발명해 주머니 시계와 교체를 이뤘고 1926년 최초 방수시계를 개발했다. 1931년에는 자동회전시계를, 1945년에는 자동으로 날짜와 요일이 바뀌는 시계를 개발했다. 스위스 시계산업 성공비결은 우수한 품질, 끊임없는 기술 개발, 정밀성 높은 부속품 연구, 철저한 고객 관리 등을 들 수 있다.
스위스 시계산업이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저가 일본 시계가 세계를 휩쓸면서 스위스 시계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스위스 시계산업은 이를 기회로 삼아 혁신적인 시계를 만들며 부활했다.
그렇게 위기를 극복했던 스위스 시계가 다시 휘청이고 있다. 스마트워치에 밀리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젊은층을 파고 들면서 스위스 전통시계산업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스위스 시계 산업은 스마트워치가 전통시계의 고급스러움을 대체할 수 없다고 자만했다.
그러나 스마트워치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조금씩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는 과거 성공에 취해 앞으로 닥칠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돌파구가 될 제품을 개발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강적은 없다는 것을 스위스 시계산업이 잘 말해준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가 아닌 미래에 집중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시장을 뒤집어 엎는 파괴적 기술은 처음에는 비웃음을 사지만 갑작스럽게 기존 질서를 무너뜨린다. 열린 사고로 패러다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