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인기 시리즈 영화인 `스타트렉`에는 근거리 물질전송장치(공간이동장치)가 등장한다. 이 장치를 이용해 사람과 물건을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킨다. 미래에 이 같은 장치가 나온다면 유통은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핵심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유통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일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지만, 택배와 매장으로 대변되는 유통산업 자체가 혁신을 맞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무인화, 드론택배 등이 사람을 대체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최근에는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세차할 때, 세탁물을 맡기거나 가사도우미를 부르는 것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해결한다.
이들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음악 및 영화를 이용하거나 물품을 구매하는 모바일 커머스와는 차이가 있다. 구매 대상이 배달, 수리, 세탁, 숙소 공유 등 지역에 기반을 둔 서비스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서비스 제공 주체는 소상공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 같은 지역서비스의 모바일화를 칭하는 용어로 온디멘드(On Demand), 혹은 O2O(Online-to-Offline)가 쓰인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촉발한 O2O 전성시대
O2O 시장을 본격화한 것은 우버와 에어비앤비다. 운전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우버는 불법 택시 운영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60개국 300여개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숙소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역시 200개국 3만4000개 도시에서 전통 호텔을 위협하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은 다양한 스타트업은 물론 대형 IT기업까지 O2O 시장 참여를 이끌었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O2O 기업 투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O2O 기업의 최근 5년간 투자액은 94억달러에 달한다.
한국도 최근 O2O 산업이 팽창하면서 유통사뿐만 아니라 이종사업자까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정밀마케팅과 근접마케팅에 기반을 두고 적시적소에 상품,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위치기반마케팅(LBM:Location-based Marketing)`으로 진화 중이다.
소셜미디어와 정보공유로 개개인 취향 파악이 가능해지고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고객 상황과 맥락에 따른 행동 예측까지 가능해지면서 일대일 마케팅 실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파머 제주`로 제주감귤 농가의 모바일 유통을 돕고 빅데이터로 소비자 분석 자료를 제공한다. 배달의민족은 소상공인 무료 교육프로그램인 `배민아카데미`를 운영해 온라인 마케팅, 리뷰 관리 등 가게 경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부산은행도 부산지역 상점을 대상으로 비콘 기반 고객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 O2O 마케팅 지원사업을 부산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내년까지 지원한다. 신한카드, 하나카드 등 카드사도 유통사와 융합해 새로운 O2O 진영을 구축하고 플랫폼 구축사업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그와 반대로 온라인으로 채널을 확장하면서 O2O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창구를 개방해 다수 채널을 확보하는 `멀티 채널` 전략에서 한 단계 나아가 고객 쇼핑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모든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매장 안내를 도와주는 `스마트 비콘` 서비스와 사은행사, 쿠폰 등 각종 쇼핑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쿠폰북` 앱 서비스는 고객에게 최적화한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스마트픽은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오프라인 점포나 편의점 내에 설치된 24시간 로커에서 수령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이는 온라인 주문 후 상품 수령까지의 대기시간을 해소하며 오프라인 채널을 이용해 온라인 쇼핑 경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카카오와 같이 고객 기반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사업자는 자신의 플랫폼에 오프라인 서비스를 붙이면 O2O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현재 대표 O2O 서비스로 활발하게 이용되는 `카카오택시`는 모바일 플랫폼과 택시 운송 서비스가 결합된 O2O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O2O의 두 얼굴
하지만 O2O가 신기술과 융합하고 주류 온라인 기업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자본력과 기술에서 열세인 소상공인이 타격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O2O 서비스가 골목상권 침해로 이어질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O2O 영역 상당 부분은 음식, 운수, 청소 등 영세한 사업자가 영업하는 영역이다. 이들은 O2O 기업이 늘어날수록 피해를 입을 소지가 있다. 이에 따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O2O 기업과 분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2013년 몇몇 O2O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최근 카카오 역시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일자 관련 업계가 반발하는 등 홍역을 앓은 바 있다.
대형 IT기업과 유통업체 독점을 피하려면 혁신적 LBM 서비스를 개발해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스타트업 앱 개발자 육성이 필요하다.
주요 전자상거래, 포털 기업의 소상공인 온라인 활동 지원 등 저성장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상생 방안이 절실하다.
미국에서는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온라인 마케팅 활성화에 LBM 스타트업 사업자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소상공인 온라인 사업을 정부가 직접 주도한다.
우리나라 O2O 기업도 정규직 인정과 관련해 여러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인정 여부를 떠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O2O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사람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 대안으로 정규직 노동자와 자영업자 중간 영역의 새로운 노동 형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처럼 업무 유연성은 크지만, 정규직 노동자만큼 보호를 받는 노동 형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O2O 서비스 활성화에 규제 완화만이 답은 아니다.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지 않으려면 보완책도 필요해 보인다. O2O 산업이 IT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시장 실패를 야기할 우려도 있다. O2O 기업이 적절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면 환경오염, 안전문제, 탈세 등과 같은 시장의 실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소비자 보호와 직결되는 안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