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황금시장 `스마트고지사업`, IT인증규제 덫에 `제자리걸음`

수조원대 황금시장 `스마트고지사업`, IT인증규제 덫에 `제자리걸음`

연간 250억원 규모의 종이고지서를 대체할 수 있는 `지능형 스마트고지서`가 송달 가능 법 수단인 `스마트폰 인증`이 빠져 있다는 이유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7일 금융권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가 지능형 스마트고지서 주사업자로 금융 부문은 농협, 비금융은 네이버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스마트고지 구축 사업에 들어갔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올 하반기 목표로 스마트고지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 문제가 발생했다. 현행법 상 송달 가능 수단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이 포함돼야 하는데 모바일 인증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지방세법 어디에도 스마트폰 인증과 관련한 규정이 없어 별도의 법안 발의가 필요하다.

현행법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지방세 등을 고지하는 것은 불법이며, 간편 결제 연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업계는 한국전력공사 등이 카카오톡을 통해 전기세 등을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반면에 지방세 등 세금 결제는 규정이 없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고지서는 130년이 된 종이우편 중심의 고지 체계를 IT와 접목해 환경 보호와 지방세 고지 송달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서비스로 급부상했다. 많은 지자체가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다. 하지만 규제 법에 가로막혀 스마트폰 인증을 송달 방식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종이고지서 발급 비용을 뺀 고지서 송달비용만 연간 600억원에 이른다. 스마트폰을 통한 세금 납부 등이 이뤄진다면 약 200억원의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또 핀테크 결제로 세금 납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수 있고, 실시간 고지 안내와 수신 확인이 가능해 행정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개인정보 강화에도 유용하다. 우편사서함을 휴대폰으로 대체해 고지서 분실을 막을 수 있고, 전자 고지로 시간과 장소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현재 지방세 등은 우체국을 통해 종이 우편 등으로 통보를 받고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위택스(지방세인터넷납부시스템)를 이용해 납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위택스는 고지 기능이 없어 고객이 종이우편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수조원대 황금시장 `스마트고지사업`, IT인증규제 덫에 `제자리걸음`

스마트 고지는 이 과정을 전부 모바일 하나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또 카카오나 SK, 농협 등 민간 앱을 활용해 `공유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고지 송달 체계를 만들자는 게 목적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인증 허용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바일 청구서 관련 법안이 두 차례 발의됐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지난 2월 권은희 의원(국민의당)은 `지방세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자 송달 방식에 `명의인이 지정한 소프트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부속한 저장 공간` 추가가 핵심 내용이다. 이에 앞서 2013년에는 김기선 의원(새누리당)이 전자 송달 방식에 `스마트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대용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곳 추가`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묻혔다.

김성태 의원(새누리당)이 국회 지방세법 개정법안 발의를 조만간 추진한다. 세 번째 도전이다.

농협 관계자는 “많은 금융사가 유관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오랜 종이우편 중심 체계를 바꿀 수 있는 공익 목적도 있다”면서 “지능형 스마트고지서가 시장에서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금융 당국은 물론 국회에서 조속한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