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새로운 길을 향해 가던 두 사람이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이전에는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 서로의 생각과 경험에 무척이나 끌렸다. 세기의 합작이 나올 수도 있는 이들의 인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영 전력회사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에너지신산업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과 통신회사에서 에너지 신규 사업 발굴에 적극적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조우했다. 지난 9일 일본 신재생에너지재단(REI) 설립 5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조 사장과 손 회장은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이란 큰 그림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들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은 똑같이 국가 전력 위기에 봉착했을 때 처음으로 얼굴을 대했다. 한국은 2011년 9.15 순환정전 이후 전력 공급과 수요에 대한 고민이 깊었고, 일본은 같은 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새로운 전력 대안을 찾고 있었다. 이런 운명같은 만남이후 서로에게 끌렸다. 공식·비공식 만남을 여러 차례 가지며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와 경제 문제 해법으로 `에너지+ICT 융합`을 잡고 서로의 혜안을 공유해 왔다.
조 사장이 전력 위기 해법으로 주목한 것은 ICT 활용이다. 공급 확대 방식이 아닌 소비를 조절하는 수요관리로, 전력 자원을 효과적으로 발굴·분배하고 운영하는데 ICT를 활용하는데 고민이 집중됐다.
손 회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력부족 대응으로 재생에너지사업에 대대적으로 뛰어들면서 REI를 설립했다. 뿌리는 통신회사지만 일본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신재생을 밀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조 사장이 손 회장이 앞서 주창한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국제 공론화에 동조하고 나선 것도 양국 요구가 바탕에 있다. 한·일 양국 모두 자원빈국이자 주요 자원 소비국이다. 반면 그 어떤 국가와도 에너지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아 에너지 수급 리스크는 높다. 가스는 다른 국가에 비해 절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지만 구매가격에 `아시아 프리미엄`이 붙는 패널티를 물고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한·일 양국이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받아 온 자원빈국의 설움을 딛고 독자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디딤돌인 셈이다.
조 사장과 손 회장의 협력은 이제 갖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7월에는 몽골 신재생에너지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전력 ICT 융복합 신규 사업 발굴이 한창이다. 슈퍼그리드부문에선 지난 3월 중국에서 중국·러시아와 공동 추진을 첫 타진한 후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시 4자 논의를 이어갔다.
조 사장과 손 회장의 만남은 11월 나주에서 열리는 `2016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BIXPO)`에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전 측은 소프트뱅크에 공식 초청을 제안한 상황이다. BIXPO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또 어떤 성과물을 만들어 낼지 주목된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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