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중국 TCL과 11세대 액정표시장치(LCD) 동맹을 맺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TCL그룹 계열사 차이나스타(CSOT)가 추진하고 있는 11세대 생산 법인에 지분 9.8%를 투자한다. 11세대에서 생산하는 LCD를 공급받는다.
그동안 추진해 온 부품 내재화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이어서 디스플레이와 TV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의 LCD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뜻이자 삼성이 더 이상 대형 LCD에서는 자체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2일 중국 TCL그룹은 계열사인 차이나스타가 설립하는 11세대 LCD 법인 `선전시화성광전반도체현시기술유한공사`에 삼성디스플레이가 21억위안(약 3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차이나스타는 중국 TCL그룹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다. 삼성은 11세대 법인 지분 9.8%를 확보, 2019년부터 생산할 LCD 패널을 공급받는다.
선전시화성광전반도체현시기술유한공사의 지분은 차이나스타가 지분 53%, 선전시가 37.2%를 각각 갖는다. 나머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확보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투자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이나스타 11세대에서 생산하는 물량 11% 수준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패널은 삼성전자 VD사업부로 납품될 전망이다.
삼성은 60인치 이상 초대형 LCD를 안정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금까지 투자한 LCD는 2013년 8세대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증설 투자만 해 왔다. 수조원이 투입되는 신규 LCD 라인에 대한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11세대 LCD를 확보, 60인치 이상 TV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삼성이 차세대 LCD를 외부에서 조달하기 위해 지분을 투자하는 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 2004년 소니와 LCD 합작사를 설립했을 때도 `지분 50%+1주`를 가져갔다. LCD 생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LCD 사업에 삼성이 참여하는 모양새를 띠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의 LCD 사업 전략에 변화가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은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된 패널 공급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채택했다. 후방산업의 생태계 변화는 불가피하다.
삼성은 LCD 비중을 줄이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강화해 왔다.
삼성전자 LCD사업은 1991년부터 시작됐다. 삼성SDI(옛 삼성전관)에서 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사업을 이관 받아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1995년 월 2만장 규모의 1세대 라인(370x470㎜)을 가동하면서 당시 일본이 주도하던 LCD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시장 진입 3년 만인 1998년 10인치 이상 대형 LCD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대형 LCD TV용 패널의 양산 성공으로 40인치 이상 대형 TV와 발광다이오드(LED) TV, 3D TV 등 시장 선점하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연속 세계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중국이 초대형 LCD에 투자하고 OLED TV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