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말 부산시 해운대 도심에서 `외제차 광란의 질주`로 사상자 17명(사망 3명)이 발생한 교통사고가 크게 보도됐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뇌전증(간질) 환자로, 당시 한순간 의식을 잃고 `실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의 선두 주자인 구글은 2017년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도 2020년까지는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수많은 센서와 인공지능(AI)으로 운행되는 무인차의 자율 주행이 더 안전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자율주행차(움직이는 로봇)가 뇌전증 환자 사고와 유사한 통제 불능 현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야 가능한 이야기다.
정보통신기술(ICT)과 AI를 활용한 생산 기술을 합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로봇 산업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로봇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예산을 로봇, AI, 자율주행차, ICT, 사물인터넷(IOT) 등 이와 관련된 분야에 우선 편성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추세라면 미래는 가위 로봇시대가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차, 드론 등은 장소를 이동할 수 있는 이동성이 확보된 로봇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로봇들은 우리 인류의 미래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자율주행차, 드론 등 이동성이 다양하게 확보된 움직이는 로봇 시대에서는 사람의 뇌전증 환자와 같은 유사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까. 전자파를 연구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걱정된다.
즉 사전에 입력된 명령이나 프로그램에 따라 운행되지 않고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서 갑자기 동작을 멈추거나(리셋되는) 급발진 현상 등과 같이 의도되지 않은 작동들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중앙제어장치)를 포함한 수많은 전자제어 장치의 오작동으로 발생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이동성이 확보된 로봇들은 어떠한 상황에도 정상 동작을 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한 심각한 재앙 위험성이 상존한다.
항공기 이착륙 때나 대형 병원 등에서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작동을 금하고 있는 것은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의해 항공기의 이〃착륙 관련 설비나 중요한 의료기기의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조치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동성이 확보된 로봇기기에서 전자파에 의한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전자기파 적합성(EMC)에 의한 일반 오작동이다. 로봇은 모두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하고 수없이 많은 센서와 CPU의 명령으로 동작하는 모터 등 다양한 구동 부분으로 이뤄진다.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미래의 자동차는 단순 전자기기로 되고 있고, 전자기기에서는 일정한 전자파 발생과 전자파에 의한 오작동 가능성은 필연이다. 다만 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만 과제다. 둘째 의도된 해킹과 전자파 방해다. 무인자동차를 비롯한 움직이는 로봇은 와아파이 등 다양한 통신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해킹과 외부에서 의도된 강한 전자파 충격을 통한 오작동 및 급발진 같은 통제 불능 상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여러 자동차 모델에서 해킹을 통해 원격 조종이 가능한 사실이 발견, 해킹 우려가 있는 차량을 리콜한 경우도 있다. 이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모든 로봇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셋째 전자파의 무기화다. 우리 군은 그동안 수차례 전자장비에 대한 북한의 전파교란 공격을 받았으며, 이동하는 로봇의 경우 위성항법장치(GPS) 장착은 필수여서 전파교란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또 북한은 강력한 전자파를 방출, 컴퓨터 등과 같이 CPU가 내장된 전기전자기기의 성능을 파괴(장애)하는 전자폭탄(EMP Bomb)을 이미 오래전에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폭탄은 비록 인명은 살상하지 않지만 미래의 다양한 로봇 시대에 엄청난 위력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안전을 담보할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아야 할 전자파적합성(EMC) 문제가 우리 주변에서 간과하기 쉬운 이유는 전자파로 인한 문제의 경우 재현성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 급발진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공식으로는 `운전자의 오조작(실수) 및 착각`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속도제어 장치를 채택한 이후의 자동차에서 급증하는 추세여서 최근에는 급발진을 `차량전자제어장치인 ECU가 한순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가항력 사고`로 정의가 바뀌고 있다. 필자는 이를 강한 전자파 충격(또는 간섭)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미국에서 급발진에 따른 토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 때 미국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은 리콜 차량에 대해 전자파 방해가 일어났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엔진의 전자속도제어 장치가 전자파 충격으로 인한 오동작 가능성은 늘 의심받았음에도 전자파 장해 특성상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사고 재현도 하지 못해 직접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전자파 방해로 인한 오동작 가능성은 계속해서 급발진 사고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정부는 1990년부터 `전파법`에 전자파장해(EMI) 기준을 만들어 ICT 등 제품에서의 전자파 발생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전자파보호(EMS) 기준도 만들어 2000년부터 시행, ICT기기 및 전기전자 제품에 대한 전자파 충격으로부터의 오작동 방지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초연결 시대의 AI로 무장될, 이동성이 확보되는 미래의 다양한 로봇 시대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전자파 충격으로부터의 보호를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시험기관협회 및 전자파학회를 중심으로 충분한 사전 연구와 사례 수집을 통한 전자파 충격에 의한 오작동 방지 대책 연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는 앞으로 발생할 예측 불가의 전자파 충격(전자파방해)원에 대비한 다양한 로봇(특히 이동성이 확보된)에 대한 전자파보호(EMS) 기술 기준 강화와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
김영래 ㈜KES 대표이사·KES규격연구소장 youngkim@k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