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을 올렸지만, 여당이 빠진 `반쪽 국감`으로 곳곳에서 파행이 빚어졌다. 반쪽 국감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새누리당이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키로 함에 따라 여당 의원 전원이 불참하면서 현실화됐다.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일부 상임위는 오전 개의·정회 후 오후 속개되기도 했지만,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는 개의조차 하지 않았다.
◇미방위는 끝내 연기…산자위, 산업부에 맹공
26일 오전 개의 예정이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등 11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오후까지도 개의하지 못하고 끝내 연기됐다. 의사진행 권한을 지닌 신상진 미방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은 야당 단독 국감 진행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회의 끝에 여야 합의까지 일정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제4차 산업혁명 대응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휴대전화 다단계 판매,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 개혁 방안 등 현안 질의도 미뤄졌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오전 10시 야당 단독으로 국정감사에 들어간 후, 정회를 거쳐 오후 2시 30분 속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무역 정책을 대상으로 한 이날 국감에서 야당 의원은 한진해운 물류 대란에 따른 산업부 대책,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대책, 리콜 정책 등에 대해 날선 공세를 이어갔다.
산업부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홍익표, 김경수 더민주당 의원은 오전 정회에 앞서 구조조정과 관련한 조선, 철강 업종별 보고서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관련 산업부 자료가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여당 위원장 상임위는 대부분 개의 못해
안전행정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자치부 국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 불참으로 국감을 시작하지 못했다. 유재중 위원장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반쪽 국감을 진행하지 않고 대기했다. 결국 홍윤식 행자부 장관 등 간부와 산하기관장 등은 아무런 질의도 받지 못한채 오전 시간이 지나갔다. 국민의당 의원은 중간에 국감장에서 철수했다. 오후(2시 30분 현재)에도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행자부 국감은 파행을 면치 못했다.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 비서실에 대한 정무위 국감도 야당 의원은 여당 의원 불참 속에 간담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는 오전 새누리당 의원 불참으로 중지 이후 오후 2시 속개됐다. 야당 의원은 `주거급여`와 `청년주거실태 및 정책현황과 한계`와 관련해 질문을 이어갔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는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준식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답변을 길게 늘린 것에 대한 책임추궁만 하다가 오전에 중지했다. 이후 새누리당 의원 불참으로 교육부 국감은 28일로 연기됐다.
이와 함께 더민주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인 외교통일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등은 야당 의원만 정상적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질의를 벌였다. 농해수위 국감장에는 해임건의안의 당사자인 김 장관이 10시 정각에 국감장에 출석했지만, 오경태 차관보가 업무보고를 했다.
이 외에 국방부 감사가 예정된 국방위에서는 새누리당 소속인 김영우 국방위원장 등 여당 의원 불참 속에 야당 의원만 자리를 채웠다. 대법원 국감을 벌이기로 한 법사위도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위원장 등 여당 의원이 불참했고, 양승태 대법원장도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28일 정상화 합일점 찾을 수도
파행 국감은 28일 자료취합일이 중대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27일까지도 상임위 일정을 제대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28일 자료 취합일을 기점으로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세월호와 어버이연합 등을 언급한 것을 집중 성토했다. 녹취록을 조목조목 문제삼으며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 녹취 파문과 관련, “명분도 없이 야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한 것을 스스로 고백하고 말았다”면서 “정세균 의원은 대한민국 입법부 수장이 될 자격이 없는 분으로 민주당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며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여야 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길 바랐던 것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감 일정을 2~3일 늦추자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야 간 대립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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