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단통법 개정이 불편한 이유

지난 여름 무더위만큼 뜨거운 이슈는 단연 전기요금이었다. 전기요금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주변에서 평소 전기요금을 얼마 내는지 알지도 못했지만 7월과 8월 전기요금을 확인했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누진제 폭탄이 현실로 됐다는 볼멘소리도 뒤따른다.

[데스크라인]단통법 개정이 불편한 이유

한때 전기요금이 국민 전체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8월 무더위가 물러가면서 전기요금 논란도 진정되는 듯하다.

8월 전기요금을 내야 하는 데다 정부와 여당이 새로운 요금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한 만큼 기다려 보자는 심정도 한몫했다.

일시 이슈가 된 전기요금과 달리 통신비는 연중 이슈다. 가계통신비와 관련한 최대 이슈는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개정이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긴장감마저 읽힌다.

3년 일몰제로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다음 달 만 2년을 맞는다. 정부의 고수 의지와 달리 단통법 개정은 물론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도 비등하다.

지난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4건 발의됐다. 일부 의원도 단통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단통법 개정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33만원으로 규정된 지원금 상한선 폐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제공하는 `20% 선택약정` 할인율을 `30%`로 확대, 분리공시 제도 도입 등이다.

개정안의 참신함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여야를 막론하고 개정안을 발의한 걸 보면 가히 전방위 공세라 할 만하다.

단통법을 개정하려는 국회 행보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합리화 대안이 모호한 상황에서 무조건 단통법 개정을 추진하는 행보는 숙고해야 한다.

당장 지원금 상한선을 폐지하면 과거 자행된 `보조금 대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원금 상한제에 따라 가입한 소비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0% 선택약정` 할인율을 `30%`로 확대하면 단기로는 이통사 매출·이익이 급감, 장기로 이통사 투자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분리공시 제도 도입은 단통법 제정 당시 추진됐지만 제조사의 영업기밀 노출 등을 우려,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단통법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단통법 개정 이후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이다. 가계통신비 절감이 중요하지만 이동통신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단통법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국회가 단통법 개정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단통법 이해도를 높이고 합리화한 대안 제시를 우선했으면 한다.

단통법 개정 논의에 앞서 지난 19대 국회가 단통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관철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20대 국회가 한번쯤 되새겨 봤으면 한다.

입법권으로 밀어붙이기에 앞서 개정 이후 혹시라도 발생할 부작용은 없는지, 소비자와 이통사·제조사·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하고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대안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그래야 단통법 개정에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