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넌 휴스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주일에 한 번 미술품 보존팀에 강의를 하고 있었다. `디지털 화상 기술로 이해하는 작가의 기법과 스타일`이라는 주제였다. 사실 그녀의 전공은 미술과 무관했다. 얼마 전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모교인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후과정으로 있었다.
2008년 미국 PBS 방송의 과학시리즈 NOVA는 위작이 많기로 유명한 반 고흐 작품 6점 가운데 `숨어 있는 위작을 찾습니다`라는 콘테스트를 진행한다. 참가팀에는 고흐 작품의 고화질 이미지가 제공된다. 주어진 시간은 1주일.
어떻게 해야 할까. 고흐 스타일과 다른 점은 없나. 고흐가 좋아하던 구도인가. 안료나 캔버스에 이상한 점은 없을까.
휴스의 선택은 웨이블리츠(wavelets)라는 수학 함수였다. 이미지를 한 겹 한 겹 나눴다. 그림을 구성하는 윤곽선의 개수를 따지기 시작한다. 휴스의 가설은 이랬다. `만일 어떤 것이 위작이라면 그것은 진품에 비해 붓질 횟수가 많을 것이다.` 고흐라면 거리낌 없었을 테지만 위작을 만드는 누군가는 비슷하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감에 붓질에 주저함이 끼어든다. 한 번의 붓질은 짧아지고, 여러 번 덧대어진다. 더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서…. 모방작에 숨어 있는 주저함의 정도를 찾아낸다. 드러난 것을 믿는 대신 숨어 있는 `수학 흔적`을 찾는다.
우리가 휴스로부터 배울 점은 없을까. 휴스의 직관은 숨은 위작을 찾는데 성공한다. 경영에 통찰력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MBA)의 모하비르 쇼니 교수와 산제이 코슬라 교수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혁신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혁신을 생각하면 주로 연구실을 생각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기업 경영에 혁신은 어디든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것에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통찰력입니다.”
두 교수에게 이것은 상상력에 기반을 두고서 내부와 외부 기회를 파악해 효율을 높이고, 수익을 창출하며, 성과를 확대하는 능력이다. 소비자 요구를 꿰뚫어 본 여러 기업이 있다. 스타벅스는 커피에 품질과 이국 느낌을 가미했다. 홈디포는 만들기를 즐기는 디와이아이(DYI)족에게 전문가나 찾을 거라던 공구와 재료를 제공했다. 바디샵은 실험동물이 인도 관점에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소비자 감성을 화장품에 담았다.
“이처럼 통찰력은 영향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찾아내고 활용할 수 있을까입니다.” 창의 집단사고 방식이면 찾을 수 있을까. 빅데이터 분석은 어떨까. 어떻게 하면 잘못된 직관을 걸러낼 수 있을까.
두 교수는 일곱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라 한다. 첫째 이례성 수치에 주목하라. 비정상에 주목하라. 평균치는 개략 결론을 제공한다. 그래서 기회는 일반 형태에서 벗어날 때 존재한다. 평범함에서 벗어난 수치는 종종 가치 있는 직관을 감추고 있다.
나일스 톤센은 러시아 시장을 본다. 1억명의 중산층에 7500만명의 인터넷 가입자가 있다. 하지만 e커머스 시장은 전체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무엇일까. 우편시스템은 엉망이고, 신용카드는 잘 쓰지 않았다. 톤센은 라모다라는 온라인 패션몰을 연다. 배달원을 통해 집에까지 배달하고 현금을 받았다. 고객 집 문 앞에 가게와 스타일리스트, 게다가 계산대까지 가져다놓았다.
둘째 트렌드가 합쳐지는 곳을 찾으라. 스냅챗은 메신저의 편리함과 프라이버시 두 가지를 결합한다. 소위 휘발성 메시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삭제된다. `잊힐 권리`라는 용어까지 나온다.
셋째 좌절감도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마크 베이던은 결혼반지를 구입하려 한다. 괜히 위축되고 강압 분위기가 흘렀다. 다이아몬드 분류법은 복잡했고,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1999년 온라인 딜러인 블루나일을 창업한다. 보석에 대한 해설은 물론 자기학습 과정까지 제공했다. 2014년 매출은 3000억원, 미국 시장의 4%를 차지했다.
시장이 매번 정설만 따른다면 대안은 없는지 물어 보라. 평범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도움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긍정적 변종`이라고 부른다.
동떨어진 곳에서 착안하는 방법도 있다. 수술용 주삿바늘은 와인 마개가 됐다. 코르크를 따지 않은 채 필요한 만큼만 따라 내고 싶어 한 한 공학도 출신 와인 전문가의 창작품이다. 두 교수는 통설이나 극한의 상황, 새로운 경험, 다른 것에서 착안하기 등도 직관으로 인도하는 통로라고 한다.
다시 휴스의 사례를 보자. 그녀는 위작에 거리낌이 많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수학 공식을 적용했으며, 정설이 아닌 다른 창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두 경영학자와 전자공학도의 선택은 동일했다. 직관에 분석을 더하라거나 빅데이터에서 직관을 찾으라는 조언도 마찬가지다. 새 방식이 필요하다면 직관 다루기를 생각해 보자.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