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다단계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다단계 대리점이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 책임을 이동통신사가 져야 한다는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대리점이 저지른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이통사 `꼬리자르기`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에서 전기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통사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안기면서 휴대폰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또 전기통신사업자와 이용자 간 계약체결을 대리하는 자가 이용자 이익을 해치면 전기통신사업자가 그 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했다. 휴대폰 다단계 대리점이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이를 이통사가 저지른 것이나 마찬가지로 본다는 의미다.
이 의원은 “휴대폰 다단계 대리점이 이용자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발생하면 통신사업자에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면서 “다단계 대리점은 물론이고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한 통신사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23일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휴대폰 다단계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다단계는 태생적으로 무리한 영업을 추진할 개연성이 높은 만큼 상조·신용카드·법인보험대리점과 같이 전기통신서비스에 대한 다단계 영업 금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에 따르면 최근 휴대폰 다단계 방식으로 종교인 1만5000명으로부터 22억원 상당 금품을 갈취한 `전대박`이라는 인물이 구로경찰서에 구속됐다. 이 의원은 피해규모와 피해액을 볼 때 개인 일탈이 아닌 다단계 대리점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이 책임을 이통사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미방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휴대폰 다단계 가입자는 55만2800명에 달했다. LG유플러스가 43만5000명으로 전체 78.6%를 차지했다. KT가 6만6200명, SK텔레콤이 5만16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날로 예정된 20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신상진 위원장을 포함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불참하면서 열리지 못했다. 이틀 연속 불발된 미방위 국감은 다음 기회로 연기될 전망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