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가 지난 23일 열린 금융노조 총파업 집회에 고액의 돈을 들여 연예인 공연을 개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성과 연봉제 철회를 위해 노사 간 강경 대치가 진행되는 가운데, 섭외비만 1000만원이 넘는 연예인을 초청해 공연하는 것이 불편했다는 주장이다.
모 국책은행은 파업 집회에서 2만원이 훌쩍 넘는 패밀리레스토랑 `런치세트`를 주문해 단체로 식사하는 장면이 포착돼 구설수에 올랐다.
28일 금융권과 개별 금융노조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3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금융노조 총파업 집회에 금융노조가 바다, 노라조 등 인기 가수를 초청해 공연을 벌였다.
공연업계에 따르면 이들 섭외비는 통상 1회에 1000만~1200만원. 성과 연봉제 철회를 주장하며 금융권 노조가 한자리에 모이는 중요한 현장에서 유명 가수 등을 초청해 문화공연을 벌이는 것이 과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집회에 참여했던 한 은행 노조 간부는 “집회 참여 조합원을 좀 더 늘리기 위한 조치라는 건 이해하지만, 오히려 내부에서 이 같은 부적절한 문화 공연은 자제해야 되지 않느냐는 불만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참여 노조원도 “외부에 알려질까 부끄러웠다”며 “오후에 노조원 일탈을 막기 위해 공연을 벌였는데, 우리의 쟁위 당위성을 깎아먹는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현재 신한, KB국민, KEB하나은행 등 시중 대형은행 파업 참여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노조입장에서는 대형 은행 노조원 참여가 중요한 사안이라 참여율을 높이는데 골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업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며, 금융노조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참여했던 많은 금융노조원들은 성과연봉제 반대를 위해 똘똘 뭉쳐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불필요한 이벤트는 오히려 `귀족 노조`라는 이미지를 만들 뿐이라고 비난했다.
금융노조측은 총파업에 약 7만5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2, 3차 총파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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