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차세대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아이폰에 들어갈 소재와 부품업체 선정이 시작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공급 업체로 낙점을 받은 데 이어 연성회로기판(FPCB)에서는 인터플렉스 등 국내 기업이 유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폰은 연간 판매량이 2억대에 달해 소재·부품 기업이 물량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협력사로 선정되면 연간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내년 출시할 OLED 아이폰용 FPCB 공급 업체로 인터플렉스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애플은 상반기 삼성디스플레이와 대규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계약을 맺은 후 후속으로 이 패널에 필요한 FPCB 선정 작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복수의 제조사가 이름을 올렸으며, 여기에 인터플렉스가 포함됐다. 인터플렉스는 국내 최대 FPCB 제조사다. 애플에 FPCB를 납품한 이력도 있다.
업계에서는 인터플렉스 공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터플렉스도 애플과의 거래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공장 증설과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66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인터플렉스 관계자는 “자세히는 밝힐 수 없다”면서 “주요 고객사와의 신규 거래 등을 고려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인터플렉스는 차기 아이폰용 FPCB를 베트남에서 만들어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에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나 중국이 아닌 베트남 공장 증설을 결정한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FPCB를 OLED 패널과 결합시켜 하나의 디스플레이 모듈로 애플 쪽에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박닝성에서 스마트폰에 쓰이는 OLED 디스플레이 모듈을 제조해왔다. 한국에서 OLED 패널을 만들어 베트남으로 보내면 이곳에서 모듈화해 스마트폰 공장에 공급하는 구조다.
그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갈 OLED 디스플레이 모듈을 만들어 왔지만 이제는 애플 물량도 여기서 소화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용 OLED 디스플레이 모듈 제조를 위해 베트남 공장에 신규 장비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OLED 아이폰에 들어갈 부품들이 베트남에서 만들어지면서 애플의 새로운 제조 생태계가 베트남을 중심으로 형성될 조짐도 엿보인다.
애플 OLED 아이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후방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스마트폰 기업도 대부분 1년 앞서 차기 모델에 대한 디자인, 기술 규격 등을 준비한다. 애플이 서플라이체인을 준비하는 게 이례는 아니다. 그러나 애플은 내년 출시할 아이폰에 처음으로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다. 연간 2억대의 아이폰을 판매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선도해 온 애플의 OLED 사용은 디스플레이 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LCD 중심이던 디스플레이 산업이 OLED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또 애플이 OLED를 채택하는 건 현재의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의미다. 부품·소재기업 입장에서는 전에 없던 기회가 생긴다. 애플은 앞으로 아이폰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등으로 OLED 채택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돼 초기 협력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앞으로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와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용 OLED 패널에 들어갈 인광 재료도 이르면 다음 달 모두 확정될 전망이다. 삼성SDI, 덕산네오룩스, 다우케미칼, 이데미츠코산, SFC 등 국내외 업체가 물량 수주를 위해 막바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애플은 연내 주요 서플라이체인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제품 양산을 위해 내년 5월부터 주요 부품을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