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스포츠’라이트|이호근①] 스포츠 아나운서의 은밀한 매력

사진=KBS N 제공
사진=KBS N 제공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정확하고 안정감 있는 스포츠 중계, 단정하고 반듯한 인상으로 KBS N 간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호근 아나운서.

이호근은 한창 진행 중인 프로야구 정규시즌과 지난 22일 청주에서 개막한 배구 KOVO컵 중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BS N 5년차 아나운서인 이호근은 야구와 배구뿐만 아니라 테니스, 핸드볼, 이종격투기 등 다양한 종목들을 중계하며, 스포츠 캐스터로서의 스펙트럼을 계속 넓혀가는 중이기도 하다.

“제가 주로 중계하는 종목은 야구, 배구, 테니스, 핸드볼 등이고, 얼마 전부터 격투기도 중계하기 시작했어요. 그 밖에도 유도 대회가 있으면 유도도 중계하고, 지난달에는 스튜디오에서 외국 팀들의 리우 올림픽 경기들도 중계했었죠.”

어렸을 때부터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던 이호근의 아나운서 도전기는 순탄치 않았다. 아나운서 시험을 70번 정도나 떨어졌을 정도로 아나운서가 되는 길은 험난했다.

“초등학생 때 방송반에서 1주일에 한 번씩 녹화하는 게 아나운서의 모든 일인 줄 알고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는데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제가 말이 빠르고 잘 더듬는데다 발성과 발음이 좋아야 하는데 그걸 못 다듬다 보니까 시험도 많이 떨어졌었죠.”

사진=이호근 SNS
사진=이호근 SNS

이호근은 지난 2011년 MBC에서 방송했던 ‘일밤-신입사원’(이하 ‘신입사원’)에 도전하기도 했다. 아쉽게 탈락했지만 ‘신입사원’은 이호근에게 자신감을 키워준 계기가 된 프로그램이다.

“‘신입사원’ 출연하고 나서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미 많이 떨어져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탈락하고 크게 좌절하지는 않았었죠. 사실 ‘신입사원’ 1차를 합격했을 때, 지방 방송국 정규직 아나운서도 최종 합격했었어요. ‘신입사원’에 도전할까 정규직이니까 합격한 방송국을 가야하나 고민했었는데 다들 아직 어리니까 도전해보라고 조언해줬어요. ‘신입사원’ 프로그램 자체가 실력보다 참신하고 신선한 지원자들을 선발하는 방송이다 보니 정규직을 포기하고 한 번 도전해보기로 결정했었죠. 그 당시에는 3차까지만 가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7~8차까지 진출하니까 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스트레스도 덜 받았던 것 같습니다.”

‘신입사원’ 출연 당시 이호근의 담당 연예인은 개그맨 정형돈이었다. 이호근은 유난히 자신을 더 잘 챙겨주고 아껴준 정형돈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제가 ‘신입사원’에서 떨어졌을 때 정형돈 씨가 저보다 더 많이 속상해했어요. 잘 될 거라고 확신했었는데 탈락해서 안타깝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에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정형돈 씨를 다시 만났는데 저를 보고 굉장히 놀라면서 반가워했어요. 그 다음부터 저를 카메라에 더 잡히게 해주려고 괜히 시비도 걸고 많이 챙겨주셨죠. 정형돈 씨가 잠정 은퇴 선언하기 전날 전남 여수에서 ‘우리동네 예체능’ 촬영을 했었는데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그런 와중에도 저를 챙겨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호근은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전부터 축구나 풋살을 자주 즐겨했을 만큼 스포츠를 좋아했다. 그러나 스포츠 관람보다 직접 플레이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스포츠 중계를 시작하고 나서는 어려운 점도 많았다.

“원래 스포츠를 하는 걸 좋아하지, 보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막상 중계를 하는 사람이 되다 보니 스포츠를 조금 더 공부하고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야 했어요.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표현을 잘 해내려고 노력이나 준비도 많이 했었죠. 제가 성격이 지나치게 꼼꼼하다 보니 조금 준비해도 되는 자료를 불안감 때문에 너무 많이 준비하기도 해요. 그래서 오히려 더 힘든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아무리 스포츠를 좋아하더라도 취미가 아닌 일이 된다면 즐기면서 일하려고 해도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이호근 역시 가끔씩 중계석이 아닌 일반 응원석에 앉아 마음 놓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가끔 중계하다 보면 맞은편 응원석에 앉아있는 분들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그 사람들이 춤추고 재밌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제가 특정 팀을 좋아하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조심하고 있어요. 그래서 국가대항전 같을 때 신나게 응원하는 편이죠.”

이호근은 이 일을 시작한 후 부모님께 좋은 아들이 되지 못하는 점을 스포츠 아나운서의 고충으로 꼽았다. 불규칙한 일정과 직업적 특성상 주말이나 휴일을 중계석에서 보낼 때가 많다.

“주말에 방송이 많다 보니 부모님과 평소 저녁 한 끼를 함께 먹는다거나 제대로 생신을 챙겨드리기가 어려워요. 좋은 아들이 되고 싶은데 그게 안돼서 죄송해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은데 그게 안돼서 아쉬운 점이 많죠. 제가 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겠지만 지금의 직업으로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큰 지 느끼고 있어요.”

[ON+‘스포츠’라이트|이호근①] 스포츠 아나운서의 은밀한 매력

올해 32살이지만 이호근의 외모는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이다. 남들보다 어려보이는 외모 때문에 재밌었던 해프닝도 있었다.

“한 번은 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선수가 저한테 몇 살이냐고 물어보기에 32살이라고 했더니 죄송하다며 우습게 볼 뻔했다고 한 적 있어요. 그래서 제가 우습게 봐도 된다고 했더니 ‘저는 위아래 확실한 놈입니다’라면서 깍듯하게 대하더라고요. 배구계에서도 계속 신입 같은 이미지 때문에 나이 든 분들이 인정 안 해주려는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다들 늙었다고 하네요.(웃음)”

스포츠 캐스터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꿈꿔봤을 직업이다. 스포츠 채널이 활성화되고, 프로 스포츠들의 인기도 높아지면서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 지원자들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호근은 미래의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냥 회사를 들어가라고 추천했다. 누구보다 스포츠 아나운서의 힘든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아나운서라고 하면 돈 많이 벌고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집에서 좋은 아들이 될 수도 없고, 좋은 아빠나 남편이 될 수도 없죠. 방송에 대한 자기만족이 없다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에요. 남들처럼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이 외롭다는 단점도 있어요. 특히 스포츠 아나운서는 그만둘 때까지 공부해야 해요. 기록이 매일 바뀌니까 꾸준히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아예 방송을 할 수 없어요. 대중에게 보이는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라면 이 일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스포츠 아나운서는 그만큼의 매력이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이호근은 이 일에 대한 각오와 확신만 있다면 누구든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격려했다.

“재미있는 경기를 중계했을 때 얻는 만족감이 크기 때문에 그런 게 좋은 사람이라면 이쪽 일을 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이 일에 확신이 있는 사람이 진짜 노력해서 도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막연한 생각으로 접근했다가는 분명히 상처가 클 겁니다.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충분한 고민과 자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이 일을 함으로써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도전해봐도 상관없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