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스포츠’라이트|이호근②] “KBS N ‘넘버 원’ 만들기가 목표”

사진=KBS N 제공
사진=KBS N 제공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대부분의 중계방송은 생중계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간인 이상 실수를 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이호근 역시 생중계 도중 아찔한 실수를 경험했었다.

“배구 처음 중계할 때 전년도에 농구 한 시즌 중계를 해서 그런지 ‘잠시 후 2세트 이어지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2쿼터 이어집니다’라고 말한 적 있어요. 또 한 번은 KOVO컵 첫 대회 때 잠시 팀 이름을 까먹어서 3초간 정적이 흘렀던 적도 있죠. 한 번 당황하니까 입과 몸이 움직이지 않고, 중계 내내 계속 ‘멘붕’이 오더라고요. 가끔은 해설위원이나 여자 아나운서가 생각 안 날 때도 있어서 미리 종이에 이름을 적어놓고 있어요.”



스포츠 중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해설위원과의 호흡이다. 이호근 역시 해설위원의 특성을 미리 파악한 후 중계에 임하는 편이다.

“저는 스포츠 종목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부족한 편이라 종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는 해설위원들의 장점을 많이 이용하려고 해요. 많은 스포츠팬들이 저와 이숙자 여자배구 해설위원의 ‘케미’가 좋다고 말씀하시는데 이숙자 위원이 해설을 공부할 때부터 파트너로서 같이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평소에 연락도 많이 하고, 이숙자 위원 남편분과도 친하게 지내고 있죠. 해설위원과의 친분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평소 태도나 습관을 잘 알면 중계하기가 한결 편해요.”

스포츠 캐스터들은 중계를 하다 보면 때로는 시청자들에게 특정 팀을 편파 중계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호근은 이런 오해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편이지만 간혹 편파 중계 의혹이 제기될 때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제 중계에 대한 가치관 중 하나가 ‘선수들의 좋은 이야기를 많이 꺼내주자’는 거예요. 자주 못 나오는 선수나 부진했던 선수가 활약하면 그 얘기를 많이 하려고 편이죠. 그러다보니 오해를 하는 분들이 계신데 아나운서들이 특정 팀을 응원할 이유가 없어요. 만약 극적인 요소가 있다면 그 얘기를 조금 더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항상 양 팀의 이야기 비중을 50대50으로 맞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ON+‘스포츠’라이트|이호근②] “KBS N ‘넘버 원’ 만들기가 목표”

스포츠 선수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명 ‘인생 경기’라는 게 있듯, 중계를 하는 캐스터들에게도 ‘인생 중계’가 있을 것이다. 이호근에게 ‘인생 중계’는 그의 KBS N 스포츠 첫 중계방송이었던 레알 마드리드와 말라가의 라리가(스페인 프로축구 1부리그) 경기였다.

“제가 아직 ‘인생 중계’를 논할 만한 커리어가 아니지만 굳이 꼽자면 첫 중계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게 지난 2013년 5월 9일 새벽 4시50분에 있었던 라리가 36라운드 경기였는데 제가 그로부터 2년 전인 2011년 5월 8일에 ‘신입사원’ 탈락을 했었어요. 부모님께 좋은 어버이날 선물 드린다고 했는데 떨어져서 밤새 술 마시느라 집에 안 들어가서 어머니께서도 많이 속상해하셨죠. 2년 후에도 똑같이 또 집에 못 들어갔는데 그건 중계 때문이었다는 게 달랐어요. 어머니도 그때 밤을 새고 제 중계를 보시고 난 다음에 잘했다고 문자를 보내주셨죠. 그때를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물론 다양한 종목을 중계하고는 있지만 이호근의 능력은 배구 경기에서 더 잘 발휘된다. ‘이호근의 발리 뷰’라는 배구 칼럼도 기재했으며, 경기 전 선수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디테일한 중계가 가능하다는 강점도 있다.

“‘발리 뷰’는 배구를 잘 몰라서 쓰기 시작했어요. 농구를 중계하다가 갑자기 배구 중계를 맡으면서 빨리 배구를 배우고 싶었죠. 제 기사의 특징은 경기 본 걸 토대로 쓰는 리뷰에요. 남녀부 배구 경기를 다 보고, 그것에 대한 감상평을 쓰기 시작한 거죠. 그러면서 선수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게 됐어요. 제가 기자는 아니니까 자극적인 내용은 굳이 안 써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선수들이 우연찮게 말실수를 하더라도 제가 기사로 안 쓰니까 선수들이 저를 편해하더라고요. 나중에는 사적인 고민도 편하게 얘기하는 사이가 됐죠.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중계에서 따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왜 부진하거나 성적이 좋은지 알 수 있어요.”

이호근은 KBS2 ‘우리동네 예체능’ 캐스터로도 25개월 째 활약 중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이다 보니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특히 ‘우리동네 예체능’ 종목 사상 처음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배구 편은 이호근에게 가장 잊지 못할 중계였다. 당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희상 배구 해설위원과 환호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카메라를 통해 잡히기도 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구를 중계해서 기분 좋았고, 주 종목이라서 자신감도 있었어요. 박희상 위원님과는 워낙 친한 사이라서 더 편하게 방송에 나온 것 같아요. 우리동네 배구단이 우승했을 때 모든 선수들이 다 울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찡하더라고요. (오)만석이형 같은 경우 OK저축은행 팀 선수들의 훈련이 끝나고 나면 따로 리시브 훈련을 받아서 팔에 멍이 들어서 왔었죠. 조동혁 형은 손을 다쳤는데 깁스한 것처럼 테이프를 감고, 계속 스파이크를 때렸어요. 다들 고생하고 노력한 게 빛을 보니까 정말 기뻤어요. 게다가 ‘우리동네 예체능’은 대놓고 편파 중계를 할 수 있으니까 더 좋았습니다.”

[ON+‘스포츠’라이트|이호근②] “KBS N ‘넘버 원’ 만들기가 목표”

이호근은 KBS N 남자 아나운서 중에서는 막내지만 모든 여자 아나운서들보다는 선배다. 특히 여자 아나운서 가운데 현재 최고참인 오효주 아나운서는 그에게 더욱 각별하다.

“효주가 잘못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남자 후배처럼 혼내는 편이에요. 그래도 가까워서 자주 술 마시고, 서로 고민도 얘기하죠. 효주는 주변 사람들을 잘 살려주고, 누구보다 재능이 뛰어난 친구에요. 선배가 이런 말하기에는 창피할 수도 있지만 저보다도 잘하는 것 같아요. 저도 효주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효주가 잘됐으면 좋겠고, 그래서 더 많이 혼냈던 것 같아요. 효주가 여자 아나운서 중에 최고참이 된 후로는 한 번도 뭐라고 한 적 없어요. 다른 여자 후배들 앞에서 기죽지 않게끔 대우해주고 있습니다.”

이호근이 생각하는 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일까.

“스포츠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이겨서 기쁜 날도 있고, 져서 좌절이 올 수도 있죠. 그걸 극복 못하면 인생이나 스포츠나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사람 사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선수들도 하염없이 올라가기만 하는 선수는 없어요. 아무리 잘 나가는 선수라도 언제든 하향곡선이 있고, 부상이라는 시련도 찾아오죠. 인생도 그와 비슷한 것 같아요. 준비한대로 되지 않는 게 스포츠고, 인생이니까 더 재밌는 거 아닐까요?”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밝힌 이호근은 언젠가 방송 말고 글을 쓰는 일과 먼 미래에 후배들에게 지름길을 제시할 수 있는 조언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현재 그의 가장 기본적인 꿈은 모든 종목에서 인정받는 캐스터가 되는 것과 자신이 속한 KBS N을 1등 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언젠가 타사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저보고 ‘열심히 해서 자기네 회사로 오는 게 아니냐’고 물어봤을 때, 정색한 적 있어요. 제가 지금 있는 곳이 메인이고, 최고라 생각해요. 1등 회사에 속하는 것보다 우리 회사를 누가 생각해도 1등 회사로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호근은 끝으로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과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KBS N 아나운서들 모두 열심히 하고 있고, 전통이 있는 회사인 만큼 좀 더 좋은 방송 보여드릴 테니 앞으로 편견 없이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젊은 피니까 신선하고 좋은 방송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고, 이번 시즌 배구를 더욱 재밌게 보실 수 있도록 준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