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칩 업체 퀄컴이 NXP반도체 인수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퀄컴과 인수 협상설이 떠돌고 있는 NXP반도체는 세계 7위 반도체 업체다. 지난해 프리스케일반도체를 인수하며 14위에서 크게 뛰어올랐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다섯 번째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본사가 있고 약 35개국에 걸쳐 약 4만5000여 직원을 두고 있다. 이중 1만1200명이 엔지니어다.
지난해 총 61억달러(6조7069억원)매출을 올렸다. 보안인증, 자동차, 디지털네트워킹 분야에 강점이 있다. PC와 스마트폰을 제외한 근거리무선통신(NFC)과 교통카드 등 다양한 산업에 반도체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애플페이가 NXP 칩셋을 쓰고 있다.
NXP의 기원은 196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세계 최초 집적회로(IC) 제조사 시그네틱스(Signetics)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그네틱스는 페어차일드반도체 출신 엔지니어들이 IC가 전자산업 미래를 이끌 것으로 보고 독립해 만들었다. 시그네틱스는 555타이머칩 등으로 인기를 얻다가 1975년 유럽 전자업체 필립스에 인수됐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1985년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반도체 회사가 됐다. 이후 2005년 필립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고 2006년 필립스는 필립스반도체를 사모펀드컨소시엄에 매각했다. 회사 매각과 동시에 NXP반도체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현재 기업가치는 280억달러에 이른다.
NXP는 지난해 초 초대형 `빅딜`을 통해 사세를 키웠다. 칩디자인 제조업체 프리스케일반도체를 인수합병한 것이다. 인수가는 무려 118억달러였다. 프리스케일 인수로 NXP는 기존 차량용 통신 기술칩에서 차량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 차량용 반도체 전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오는 2019년경에는 9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오는 2021년까지 향후 6년간 매년 6%씩 성장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율주행 밑거름인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은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이 14.2%로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도 성장세가 가장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NXP는 세계 ADAS 프로세서 분야 선두업체로 현재까지 3000만개 이상 ADAS 프로세서를 세계 각지에 공급했다. 세계 10대 자동차 제조사 중 8곳에서 NXP ADAS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다.
NXP는 올해 들어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전략도 펼쳤다. 지난 6월에는 표준제품사업부를 중국 투자회사 지엔광에셋매니지먼트 컨소시엄에 27억5000만달러에 매각했다. 표준제품사업부는 자동차나 산업용 장비,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등을 만들고 있다. 이에앞서 올해초에는 지엔광 컨소시엄에 RF파워 부문을 18억달러에 매각했다.
퀄컴은 NXP를 인수해 모바일 기기용 칩 생산 위주에서 벗어나 다른 산업용 칩으로 제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퀄컴은 자동차용 칩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
퀄컴은 모바일칩에서 독보적이지만 최근 수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정체에 빠지면서 고전하고 있다. NXP를 사들이면 퀄컴은 수십 개 반도체 생산설비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모바일 기기 이외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NXP반도체 현황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