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이 일대 변화를 맞으면서 벤처기업의 관심은 올 연말 예정된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에 쏠리고 있다.
지난 7월에 개설 20주년을 맞은 코스닥을 바라보는 벤처기업의 시선은 남다르다. 출범 4년도 지나지 않아 2834.40이라는 명실상부한 기록을 세운 코스닥이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코스닥시장은 한국거래소에 편입된 이후 줄곧 유가증권시장의 `2부 시장`이라는 오명을 들어 왔다. 거래소는 `기술주 중심의 첨단 중소 벤처시장`을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으로 내걸고 있지만 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행은 코스닥의 현재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2조~3조원에 이르는 공모 물량을 코스닥시장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1위 업체 넷마블 역시 지난달 3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기술 특례 제도가 도입되는 등 유망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상장 요건이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정말 믿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코스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코스피냐 코스닥이냐의 구분은 기술보다 규모에 따라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벤처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히 투자자만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수 벤처기업협회 전무는 “상장 시장은 투자자들을 위한 회수 시장이기도 하지만 근본은 기업의 자금 조달 시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투자자의 회수와 전략 차원에서의 기업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무는 “내년이면 만료되는 벤처기업법 특별법에 회수 시장과 연계한 기업의 성장 전략을 담을 수 있는 방향의 정책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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