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6일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비브(Viv)랩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외신은 AI 진출이 늦었던 삼성전자가 단숨에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일제히 보도했다. 삼성이 AI에서 앞서가고 있는 구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비브는 AI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가진 개발자로 구성된 회사다. 음성인식 비서 `시리(Siri)`를 만들어 2010년 애플에 매각, 대박을 터뜨린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다. 시리 공동창업자인 대그 키틀라우스와 애덤 체이어가 크리스 브리검과 함께 2012년 설립했다.
시리는 원래 키틀라우스와 체이어가 개발했다. 당초에는 시리 기술을 블랙베리나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에 탑재하려 했다. 그러나 애플이 시리를 인수하면서 아이폰4S에만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그러나 시리 개발자들과 애플간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키틀라우스는 2011년 애플을 떠났고 이어 체이어도 2012년 회사를 그만뒀다. 같은 해 두 사람은 브리검과 함께 비브를 창업했다. 그리고 시리에서 일했던 팀 3분의 1이 시리 개발 방향을 놓고 애플과 대립, 결국 애플을 떠나 비브에 합류했다. 비브는 설립 후 총 3라운드에 걸쳐 4개 투자자로부터 3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키틀라우스 비브 최고경영자(CEO)는 노르웨이 출신으로 2008년 시리를 설립해 2년 후 2억달러를 받고 애플에 팔았다. 미국에서 모토로라에 다니다 그만두고 시리를 창업해 돈방석에 앉았다. 그리고 이번에 애플 라이벌 삼성과 손을 잡으면서 화제 인물로 다시 떠올랐다.
이들이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AI 비브는 지난 5월 처음 공개될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묻는 말에 대답하거나 스마트폰 타이머를 알려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복잡한 질문에 답하고 서드파티 서비스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리는 컴퓨터에 명령어를 음성으로 대신 넣는 수준에 불과했다. “뉴욕 날씨는 어때”라고 하면 뉴욕 온도와 날씨를 보여주는 수준이다. 그러나 비브는 “저녁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가면 어제보다 추울까”와 같은 말도 인식해 설명한다. 말그대로 차세대 음성인식 AI시스템이다.
비브는 키틀라우스와 체이어가 원래 의도했던 제품으로 개발은 시리보다 먼저 2003년에 시작됐다. 특히 새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코드를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소프트웨어가 자체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브는 확장성이 뛰어나다. 스마트폰은 물론 다른 스마트기기와도 쉽게 연결된다. 은행이나 인터넷 쇼핑, 포털사이트 등 다양한 커머스업체와 연결에 강점을 갖추고 있다. 또 냉장고, 세탁기, TV 같은 다양한 전자제품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크로스플랫폼 제품이다.
삼성과 비브랩스가 손을 잡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키틀라우스는 삼성을 택한 이유로 “삼성이 매년 출하하는 기기 수가 5억개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 역시 비브 인수 이유로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삼성이 내년에 출시할 스마트폰에 비브가 어떻게 녹아들어 갈지 관심이다. 삼성 제품에 들어간 비브는 사물인터넷(IoT) 시대 거대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삼성이 하드웨어 회사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는 기반을 비브가 만들어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30명의 비브 직원은 모두 삼성에 합류할 예정이다. 계속 독립회사로 운영되고 삼성 플랫폼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첫 번째 결실은 내년 출시될 갤럭시 폰에 탑재된다. 이후 TV 등 인터넷과 연결되는 기기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브랩스는 소비자들이 어떤 장소에서 어떤 기기를 사용하든 쉽고 빠르게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비브랩스 현황>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